월등히 뛰어난 실력으로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활약한 사람. 자신을 대표할만한 콘텐츠가 있고, 은퇴 후에도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 우리는 그런 이들을 ‘전설’이라 부른다.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승철은 이 같은 조건을 충분히 갖춘 가수다.
그의 진가는 지난 6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발휘됐다. 30년 간 대중의 가슴을 잔잔하게 울렸던 명곡들이 줄을 이었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부모님 세대에게는 추억을 선사했다.
그간 다양한 가수들이 ‘전설’로 등장했지만,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승철은 자타공인 최고의 보컬리스트. 게다가 30년간 히트곡들을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이날 프로그램은 더욱 풍성하고 볼거리 들을거리들이 많았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박기영, 김태우, 김연지, 황치열, 이해리, 알리, 옴므 등은 모두 이승철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를 보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 꿈을 키워왔기 때문. 후배 가수들은 이승철의 명곡들을 새롭게 편곡해 또 다른 매력의 무대를 선보였다. 사실 1회 방송만으로 이승철의 히트곡을 듣기에는 부족했지만 출연 가수들이 명곡들 중에 명곡을 선곡해 감성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하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 사람’, ‘네버 엔딩 스토리’, ‘희야’, ‘넌 또 다른 나’, ‘오늘도 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떠나지마’가 다시 불렸다.
후배들의 마이크를 통해 재해석된 명곡들은 신선함과 반가움을 동시에 자아내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상황.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온라인 사이트 등에 이날 방송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다양한 영상 클립들이 게재되고 있다. 이승철이 부른 원곡 버전도 각종 음원사이트 차트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후배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원곡이 가진 힘이 워낙 강했기에 가능했던 일.
레전드급 방송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모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승철은 아직 전설로 남을 생각이 없다. 자신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들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자타공인’ 정상급 가수이자 영향력 있는 공인. 그는 여기서 비롯되는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고 있다. 조용히 기부활동을 지속해오더니 팬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희망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통일문제와 독도문제에도 두 팔 걷고 나섰다. 최근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선후배 가수들과 함께 ‘우리 만나는 날’을 부르며 한국판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만들어내는데 앞장선 바다.
지난 27일에는 정규 12집 앨범 ‘시간 참 빠르다’를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 콘서트 준비에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까지. 이에 피로가 누적돼 폐렴과 인후염 증상으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분명 이승철의 행보는 후배 가수들과 관계자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귀감이 될 만한 사례다. 아직도 전설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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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