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년여만에 평점이 상승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자 2년 전 개봉한 재난 영화가 '감기'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비 관객의 지침서의 하나가 되는 영화의 평점(별점)까지 높아지고 있다. 영화가 영화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배우 장혁, 수애 주연 '감기'는 1초에 3.4명이 감염되는 사상 최악의 감기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발병해 국가 재난사태가 발령되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물. 정부가 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한 도시를 폐쇄하면서 각종 갈등이 벌어진다.
개봉 당시 3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이 흥행도 아깝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영화 자체는 혹평을 받았던 바다. 스토리나 캐릭터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현실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반응이 컸다. 당시 이 영화가 기획될 당시에는 충무로에 '사스(SARS)'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나왔다는 말이 돌았었다.
재난물은 진짜 현실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최대한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것이 관건인데 '감기'는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메르스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그 공포심 역시 커지는 상황이 '감기' 속 스토리와 전체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
'감기'는 이렇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재조명을 받으면서 상영작들을 제치고 포털 사이트 영화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IPTV에서도 80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재평가 받아야 한다', '성지 순례급이다'란 의견이 줄줄 잇고 있는 중이다. 당시는 '허접'이란 악평 속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던 영화가 지금은 '예언 능력을 갖춘 작품'이라며 재개봉을 원한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평점도 늘고 있다. 개봉 당시 평점은 6~7점이던 것과는 달리 최근 네티즌은 대부분 평점 9~10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영화의 재평가라기 보다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없는 평점의 가변성을 드러낸다. 개봉 타이밍, 사회적 분위기, 취향을 넘어선 관심사 등이 얼마나 관객 반응-별점을 좌우하는 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감기'가 요새 개봉을 했다면 치명적인 장점(타이밍)이 치명적인 단점(스토리 등)을 막아낼 수도 있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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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