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어정쩡한 예능인 아닌 가수로 남고 싶다"[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6.08 06: 30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2년 발매한 싱글 '아무나' 이후 길미, 미스터타이푼과 함께 혼성 힙합팀 클로버로 활동해 온 은지원이 2년 6개월 만에 공백 끝에 8일 솔로 EP 앨범 '트라우마'를 들고 가수로 컴백했다.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서 살아왔던 시간. 은지원은 이 시간이 물론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왜 음악을 하고자 했고, 왜 가수가 되려했는지 곱씹었다는 그에게 이번 앨범은 '첫 단추'와 같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트라우마'를 비롯해 선공개곡 'What U Are'와 'Excuse', 'Soulmate' 등 총 4곡이 수록됐다. 은지원은 직접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 전반에 걸쳐 참여하여 앨범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솔로 앨범과 클로버 앨범을 계속 프로듀싱 해왔던 힙합 뮤지션 KEEPROOTS와 FASCINATING의 공동작업으로 다시 한번 팀워크를 과시했으며, 가사에는 은지원 본인과 클로버 멤버인 길미, 미스터타이푼, 박효신의 '야생화'의 작사가로 유명한 김지향 씨 또한 참여했다.
"어정쩡한 예능인이 아닌 가수로 남고 싶다"라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다음은 은지원과의 일문일답.
- 오랜만의 가수 컴백이다. '가수' 은지원은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트렌디한 것도 해 볼까 했는데 나와는 안 맞더라. 작업을 억지로 짜 맞추는 느낌도 나고. '내가 뭐 때문에 가수를 하려고 했지?'란 생각을 계속 했다. 내가 가수가 되는데 영향을 받았던 곡들을 다시 들어보면서 '아, 이런 쪽 음악이 나를 즐겁게 했지, 내가 이런 걸 재미있게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되새겼다. 그래도 음악 작업을 많이 해봤는데 가수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딱 맞는 음악을 찾은 느낌이다.
- 타이틀곡 '트라우마'에는 무슨 의미가 담겼나?
▲트라우마란 단어를 어학사전을 통해 찾아보니 '정신병자'더라. 가사 내용은 그런 내용이 아닌데, 계속 뭔가 반복적인 징크스 같은,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음악 작업은 지금까지 쭉 해온 친구들(프로듀싱 팀)이랑 같이 해 호흡이 잘 맞았다. 그 팀이 합을 맞추는데 3년 가까이 걸렸다.
- 본인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
▲예능을 하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가수로서 음악 콘셉트를 걱정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방송에 나가서 어떻게 웃길까'란 고민을 하는 나를 보고 스스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을 했다. '방송국에서는 왜 나한테 재미있게 해달라고 섭외를 하는거지?'란 생각이 든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했지만 그들도 나를 가수로 초대한 건 아니었다. 그런 게 예능을 오래하면서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예능감이 있다고 해도 개그맨이 아니니 한계가 있다.
- 예능프로그램 고정을 최근 다 멈췄다. 그리고 이번 앨범 홍보를 위해 예능 활동을 하지 않는데 이유가 있나?
▲음악 작업을 좀 오래 전부터 해오긴 했는데, 그래도 가수라는 직업을 놓고 살았던 것 같더라. 예능을 하면서 다른 것에는 집중을 못 했다. 원래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음악에 소홀햇던 것 같다. 가수가 아닌, 방송 예능인 이미지를 굳혀가는 거 같아서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음악)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과연 나는 어떤 음악할 수 있을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했다. 왜 내가 가수가 되려고 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번 앨범을 내기 전에 지금까지의 내 음악을 쭉 들어봤는데 편한 노래가 별로 없더라. 전부 도전적이고 센 것들이었다. '왜 편안한 음악을 안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작업한 곡들이 내 노래구나,란 생각도.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첫 단추를 끼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앨범으로 팬들이나 대중이 내가 음악을 쭉 하고 싶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미니앨범을 정말 오랜만에 냈는데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무대 준비도 덜 됐는데 어설프게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는 건 지금 나가면 내가 제일 큰 선배일텐데 좋은 선배 모습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나오는 정규 앨범에서 확실히 무대 콘셉트를 잡고 오르고 싶다. 올해 가수로서의 꿈이라면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공연을 7년 정도 안 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하고 싶다. 내 콘서트는 팬들과의 만남이다. 무대에 오르는 것 보다 콘서트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능인 이미지가 본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진 않다. 감사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 음악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을 하면서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나 조차도 빠져들게 되더라. 가수 이미지는 생각 안하고 올인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했는데, 갑자기 날 예능에서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더라. 자연스럽게 가수라는 본업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능은 한 템포 쉴까 생각 하고 있다. 어딜가나 미팅을 하면 관계자분들이 날보고 '야외 버라이어티 느낌이 세다'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리고 요즘 예능은 가족, 아이들 중심에 요리하는 게 많다. 내가 마땅히 들어갈 자리도 별로 없다. 흐름상 지금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은초딩'이란 별명이 가수 활동에 영향을 미쳤나?
▲그 별명이 나쁘지 않다. 많은 분들이 그 별명으로 사랑해주시고 기억해주시니까. 예능할 때 만큼은 이 초딩이라는 별명이 큰 방패막이었다. 물론 연예인이고 공인인데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바르고 곱고 올바른 생활만 하고 살 자신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은초딩'이라는 별명이 나를 많이 막아준 것 같다.
- 최근 다녀온 SBS '정글의 법칙'은 어땠나?
▲'1박 2일'을 해봤더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다. '1박 2일' 때 비박도 많이 해서인지 멘탈이 무너지지 않더라. 그런거 안 해보고 예능을 '정글'로 처음 해 보면 멘탈 붕괴일 것 같다. '정글'은 무려 10일인데 '1박 2일'을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눈 감고 열심히 하고 아침에 가면 되는건데 말이다. 그런 생각에 좀 아쉬웠다. 스스로. 그리고 '정글'은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이게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지만, 정글에 다녀오니 평소에 불편한 게 없다. 뭐가 없다고 전혀 불편한 게 없더라. 일상 모든 게 다 편한 것 같다. 김병만 씨는 가기 전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안 그러고는 그럴 수가 없다(그렇게 잘 할 수가 없다).
- 콜라보가 요즘 가요계 유행이다. 고려해보지는 않았나?
▲생각 안 한건 아닌데, 내가 성격상 부탁하는 걸 잘 못 한다. 싫은 소리도 잘 못해서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얘기도 잘 못 한다. 친한 사람들한테는 직설적으로 잘 말하기도 하는데,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랑은 얘기를 잘 못 한다. 함께 오래 같이 작업한 길미나 현재 우리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신인한테 부탁을 하는게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오래 같이 작업을 했으니 요구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잘 해주니까 더 낫다.
-길미랑은 정말 잘 맞는것 같다
▲그 친구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음악이 비슷하다. 요즘 아이들은 이해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유행하는 장르의 힙합이 아니라서. 랩 스타일도 너무 다르다. 트렌디한 것을 벗어나고 싶은 느낌도 솔직히 있었다. 요즘 애들은 너무 잘하니까 요즘 유행하고 인기있는 것들은 그 친구들한테 맡기는 게 맞고, 나는 내 선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들려드리고자 했다. 앨범은 그런 곡들로 꾸며져 있다.
-가수로서 또 다른 꿈은 뭔가?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다.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 현재는 듀스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 체계적으로 회사가 완성되면 레이블을 만드는 것도 꿈이다. 꾸준히 신인을 연습시키고 있다. 프로듀서를 하게 되면 모든 걸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할 거다. 아까 말했다 시피 한 번에 여러가지를 못 하기 때문이다.
- 욕심이 많은 스타일 같지는 않다.
▲티를 내기 민망스러워서 그렇지 물론 안에 욕심은 있다. 하지만 티는 잘 안내고 한다.
-'응답하라 1997'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연기를 또 할 생각은 없나?
▲'응답하라 1997'에서는 내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제작진이 내게 캐릭터를 잘 맞춰준 것이다. 작가 분이 워낙 친해서 날 잘 살려줬다. 욕심이 나는 분야이긴 한데 쉽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영화는 꼭 하고 싶다. 가수는 앨범이 남기고 배우는 영화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 요즘 여가시간에 하는 취미 활동은 뭔가?
▲미드 보기와 프라모델 만들기다. 건프라를 하는데 음악 작업하는 거랑 성취감이 똑같다. 음악 편곡할 때 비트 찍고 다단계로 성취감이 오며 완성되는 과정이 프라모델을 부위별로 완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 연애는?
▲안 하고 있다. 내게 흠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래도 스스로 위축되는 게 있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다. 
-최근 god의 재결합이 큰 화제였다. 젝스키스의 컴백 가능성이 있나?
▲젝키는 앨범까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기를 보고 찾고 있다. (장)수원이도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강)성훈이도 잘 풀려서 다행이다. (고)지용이도 앨범까지는 할 거 같다. 그래도 무대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우리를 멋지게 컴백시킬 수 있는 곳이 있을까란 생각도 한다. 
-젝키 시절과 요즘 아이돌을 비교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요즘 아이돌 시스템은 그 자체로도 내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SNS로 소통을 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젝키 때는 너무 신비주의가 강했고 일단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TV에 나오거나 행사를 하지 않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를 만나더라도 헛점을 찾기 보다 장점밖에 안 봤다. 단점은 아예 안보는 거다. 장점들이 많은 환경에서 활동했기에 운이 좋았던 측면이 크다. 지금 시스템에서는 어설픈 아이돌은 데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래도 연기, 춤, 노래, 랩 다 잘하는 멤버들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다 잘해야 하는 것 같다. TV도 브라운관일 때, 모공이 안 보일때, 자체 포샵이 되던 때에 했다. 하하.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는?
▲젊었을 때는, 물론 지금도 젊지만 어렸을 때는 앨범을 내면 순위 욕심도 내 보고 무대 욕심도 내고 그랬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내려놓은 거 같다. 1등이나 대상 수상도 아둥바둥하면서 해 봤다. 내려놓고 가수 은지원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게 목표다. 어정쩡한 예능인이나 방송인 은지원으로 기억되는 거 보다 '그래도 은지원이 가수였지' 이렇게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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