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복면가왕' 누군지 맞춰? 남녀구별조차 어렵다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08 06: 51

재발견의 장이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 숨은 실력자들을 무대에 세웠다. 클레오파트라가 2연속 가왕 자리를 이어가면서, 나머지 도전자들은 가면을 벗어야 했다. 안타까운 탈락이었지만, 가면을 벗은 그룹 틴탑의 멤버 천지와 백청강, 임세준, 조장혁은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시청자들은 멋진 무대를 선물 받고 훌륭한 가수를 알게 되는 1석2조의 기쁨을 누렸다.
백청강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도장신부'라는 별칭과 호소력 짙은 여린 목소리로 판정단은 주다인, 란 등 여성 보컬을 떠올렸다. 가면 속 인물은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우승자 출신 백청강이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백지영과 같은 연배일 것"이라고 추측한 김구라의 추리가 무색했다. 같이 무대를 준비한 안재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출연자의 성별도 단정할 수 없는, '복면가왕'의 진화였다.
천지나 임세준, 조장혁 역시 새롭거나 반가운 얼굴이었다. 스스로 "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보컬"이라고 표현한 천지, 바이브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작곡가 겸 가수 임세준,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후배들과 조우한 전설적인 보컬 조장혁까지.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오늘날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이들이었다. 화려한 가면 덕분에 시청자들은 편견 없이 이들의 노래에 집중했고, 천지와 임세준의 고운 음색에, 조장혁의 거친 목소리에 한껏 빠져들었다.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승자독식 구조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시리즈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닌 특유의 긴장감이 여기서 시작된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엇갈리는 순간이 주는 짜릿함이 있다. 기성 가수들의 무대를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나열하는 MBC '나는 가수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기쁨과 명성을 동시에 누리는 1위와 종종 눈물을 보이며 자리를 떠나는 7위가 대조를 이루며 흥미를 자극했다.
반면 '복면가왕'은 패자도 '승리'하는 구조다. 비록 가왕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지만,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승자는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얼굴 공개는 다음을 기약하고, 패자는 물러나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이날 '복면가왕'이 끝난 후 포털 사이트를 장식한 이름은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조장혁, 임세준, 백청강이었다. 어찌 보면 사실상 탈락한 사람들이 더 돋보이는 상황이다. 우위를 가리기 힘든 무대였던 만큼 시청자들도 결과 보다는 무대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판정단 김창렬은 조장혁과 임세준에게 고마워했다. "좋은 음악은 귀로 즐기고 가슴으로 듣는 것이다. 그런 가슴으로 듣는 음악을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는 곧 패자도 승리하는 기분 좋은 게임인 '복면가왕'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jay@osen.co.kr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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