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 시간이 길어진다며 짜증 섞인 얼굴로 버럭 화를 내던 이경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딸과 함께 쇼핑 중 딸이 골라준 옷을 입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이더니,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몰래 케이크를 준비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 확실히 이경규는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달라지고 있다.
7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서는 이경규·이예림, 조재현·조혜정, 강석우·강다은,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경규와 딸 예림이였다. 방송 초기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진 두 사람의 분위기가 인상적. 한마디 대화 나누기가 어려웠던 두 사람인데, 어느새 함께 쇼핑하고 맥주도 한 잔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둘은 생일을 맞아 데이트에 나섰다. 딸과 쇼핑에 나선 이경규는 딸이 골라준 옷으로 갈아입으면서도 군소리 한번이 없었다. 오히려 추천 받은 스냅백을 뒤로 쓰고는 인자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딸과 가게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옷을 입어보고 쇼핑에 적극 임했다.
다음 코스는 볼링장. 예림이는 치맥(치킨+맥주) 내기를 제안했고, 이경규는 "딸과 술은 안 된다"고 난감해 하면서도 “네 생일이니까 허락한다”고 말한 뒤 내기를 시작했다. 접전 끝에 이경규가 승리를 차지했고, 치맥은 물 건너가나 했다. 그런데 그는 딸의 생일 선물로 치맥 시간을 가졌고, 몰래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 노래까지 불러주는 모습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특히 이날은 이들 부녀가 생애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신 날이다. 애주가로 소문난 이경규지만 딸과 함께 자리를 한 것은 이날이 최초다. 그는 술을 마시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깊이있는 조언들을 건넸다. 이경규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전공을 살릴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아빠가 또 영화를 한다. 전재산을 다 날릴 수도 있는 거다. 아빠는 그렇게 올인한다. 망해도 또 한다. 망하고 망해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말했고, 예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다른 아빠들도 방송 초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재현은 과거 아내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딸 혜정이에게 들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편지에 ‘닭살스러운’ 멘트와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들이 많았기 때문. 평소 가부장적이던 조재현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아빠 강석우도 달라지기는 마찬가지. 딸 다은이와 놀이공원 데이트에 나선 강석우는 놀이기구 타는 것에 거부반응이 있었지만, 딸의 즐거움을 위해 결국 기구에 탑승했다. 또한 식사자리에서도 딸을 위해 평소 질색을 하던 돼지껍데기를 먹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처럼, 아빠들은 딸들과 어느새 이 만큼 가까워졌다. 회가 거듭될수록 부녀들은 더욱 가까워질 전망. 기분 좋은 변화들이다. 이들 아빠와 딸들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가장 친한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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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