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언은 보기만 해도 참 기분 좋아지는 배우다. 드라마에서 기가 막힌 사교성으로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고 분위기를 띄우는 캐릭터를 주로 보여주고 있는 이시언은 실제로도 그랬다. 인터뷰를 하려고 만났지만 이게 인터뷰인지 수다를 떠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시언은 상대방을 편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해주는, 누구라도 친구가 되고 싶고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다. 드라마에서도 이시언은 그런 사람이었다. ‘응답하라 1997’의 방성재, ‘모던파머’의 유한철, ‘호구의 사랑’의 신청재,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의 오우식까지 모두 매력적인 친구였다.
유쾌한 성격만큼 이시언은 드라마에서 누구와 연기를 해도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순정에 반하다’에서도 이시언은 정경호, 김소연, 조은지, 이수지 등과 맛깔 나는 호흡을 만들어냈다.
“사교성이 좋아서 사람들과 금방 친해져요. 사람복도 있는 것 같아요. 데뷔 후 6~7년 동안 작품을 20개 넘게 했는데 한두 작품 빼고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그래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될 정도예요. 다음엔 나랑 안 맞으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지 걱정이에요.(웃음)”
이시언은 ‘순정에 반하다’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또래 친구들 정경호, 윤현민과 절친이 됐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삼총사가 된 이들은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함께 술자리도 자주 갖고 쉴 때 같이 시간도 보내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죠. ‘상어’ 때도 남길이 형과 호흡이 좋았고 인국이는 말할 것도 없죠. 이번에는 경호랑 정말 친해졌어요. 촬영 끝나고 뒤풀이할 때 경호, 현민이와 셋이서 먹었고 쉴 때는 경호랑 한강도 가고 그랬어요.”
특히나 ‘순정에 반하다’에서 민호(정경호 분)의 수행원 역할을 맡아 정경호 옆에 거의 붙어있었던 만큼 정경호와 함께 호흡 맞추는 시간이 상당했다. 그리고 이시언과 정경호는 남녀커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남남케미를 보여줬다.
“경호가 노력을 많이 한 거예요. 고민도 많이 했고 배려도 많이 해준 거예요. 아니었으면 케미가 안 살았을 거예요. 경호를 몰랐을 때 같은 숍을 다녔는데 그때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정경호라는 배우의 이미지 자체가 차도남이예요. 눈빛도 그렇고 ‘무정도시’의 느낌이 강한데 그런 친구인 줄 알았어요. 이 얘긴 술자리에서도 경호한테 얘기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다르더라고요.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고 배려심도 있고 섬세하고 다정다감하고 배우로서 좋은 걸 갖고 있지 않나요. ‘무정도시’ 같이 차가운 이미지도 있고 ‘순정에 반하다’와 같이 코믹한 모습도 있잖아요.”
‘순정에 반하다’라는 드라마, 그리고 정경호를 만난 건 어쩌면 이시언이 지금까지 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듯하다. 그간 재미있고 웃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이시언은 이미지 변신,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순정에 반하다’는 확실히 좀 더 다른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에요. 왠지 모르겠는데 현장 나가서 경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경호처럼 할 수 있을까’, ‘저렇게 계산해야 연기해야 되는 구나’, ‘저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순간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믿어야 잘되니까. 믿는다는 전제하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어요.”
생각보다 이시언은 ‘배우 정경호’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순정에 반하다’를 통해 처음 만났지만 정경호에 대한 기억은 2006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제 인생드라마예요. 재미도 있고 OST도 좋고 경호가 드라마에서 크게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저한테는 큰 존재예요. 정말 이번에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데뷔 7년차, 이시언은 고민이 있다. ‘순정에 반하다’라는 드라마, 정경호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그 고민은 진해졌다. 앞서 KBS 2TV 드라마스폐셜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이시언은 그 기회를 좀 더 잡고 싶은 듯하다.
“‘기묘한 동거’나 ‘오빠와 미운 오리’는 저한테 좋은 기회였어요. 새로운 연기에 자신은 있어요. 저 같은 캐릭터가 써먹을 데가 많지 않나 생각해요.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장점이지만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역할도 많이 했고 시간이 지나면 연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이미지로 굳어지니까 변화의 시기가 빨리 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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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