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조합의 콤비다. 형사와 도사,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의외의 '케미'가 있다. 영화 '극비수사'(연출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다.
영화 '극비수사'가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실제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사주를 통해 유괴 아동을 찾은 사건으로,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이 주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전작들을 통해 1970~80년대 부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곽경택 감독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솜씨가 돋보인다.
초등학생 딸이 유괴되자 아이의 부모는 사방팔방 손을 쓴다. 특히 용하다는 도사의 말을 믿고 공 형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사라진 소녀와 자신의 아들이 친구라는 사실에 흔들린 공 형사는 결국 수사에 착수한다. 김 도사를 신뢰하지 않는 공 형사지만, 소신을 다하는 김 도사의 태도에 공 형사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소녀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고, 나아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수사물로, 끝맺음은 다소 허망하다. 하지만 '극비수사'의 묘미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그들의 수사 과정에 있다. 오늘날 같은 과학수사는 꿈도 꿀 수 없던 시절,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수사에 임한다. 극비수사를 고집하며 집요하게 용의자를 기다리는 고집불통 공 형사, 감흥과 기도로 소녀의 기운을 쫓는 김 도사.
시종일관 갈등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이 결국 합의에 이를 때 사건은 해결된다. 두 사람을 대표적인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속 주인공에 빗대자면, 공 형사가 셜록, 김 도사는 조력자 왓슨이다.
무엇보다 연기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김윤석과 유해진의 '합'을 보는 일은 즐겁다. 그동안 강렬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인간적인 형사로 분한 김윤석, 코미디 대신 정극 연기를 택한 유해진 등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화면 안에서 움직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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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