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심야식당', 누구나 사연은 있다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08 17: 50

누구나 사연이 있다. 털어놓을 곳이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더욱 외롭다.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있다. 영화 '심야식당'(연출 마쓰오카 조지, 수입 엔케이컨텐츠)이다.
'심야식당'은 이 작품을 통해 만화가로 데뷔한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누적판매 240만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로, 2009년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해 시리즈3까지 이어졌다. 국내에도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이 있을 만큼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 받는 콘텐츠다. 영화 역시 원작과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신주쿠의 화려한 야경을 쓸쓸한 감성으로 담아내는 오프닝이 그러하다.
배경은 자정이 넘어 문을 여는 도쿄의 한 식당.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이 식당은 '심야식당'으로 불리는데, 이렇다 할 메뉴가 없는 대신 주인장(코바야시 카오루)이 가능한 요리는 다 해주는 소박한 곳이다. 과묵한 주인과 다양한 손님들이 맛으로 엮이는데,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소소한 일상들이 작품을 채운다. 블록버스터가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단조로울 수 있지만, 담백함 그 자체가 '심야식당'의 미덕이다.

영화는 2시간 동안 '심야식당'의 사계절을 보여준다. 여기에 나폴리탄, 마밥, 카레에 얽힌 세 사람의 이야기가 추가된다. 40대 후반 노총각 타다시(후와 만사쿠), 50대 게이 코스즈(아야타 토시키), 스트리퍼 마릴린(안도 타마에),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류(마츠시게 유타카), 늘 함께 다니는 사무직 여직원 3인방, 엉뚱한 파출소 경찰관 코구레(오다기리 조) 등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정겹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음식이다. '심야식당' 팬이라면 익숙한 계란말이, 문어 소시지는 물론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때론 조리 과정 그대로가 화면에 담긴다. 프라이팬이 익어가는 소리와 점점 맛있게 익어가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침샘이 자극된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요리이지만, 그 안에는 그리움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홍대 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에 우후죽순 생긴 일본식 가정요리집들은 이처럼 '심야식당'에서 콘셉트를 가져왔다.
작품 홍보차 한국을 찾은 코바야시 카오루가 꼽은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8일 열린 언론시사 및 내한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는 아주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이별한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인생에서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는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식당에 들리면 배도 채우지만, 정신적으로도 채워질 수 있다. 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은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참고로, TV시리즈와 달리 영화에서는 미스터리한 주인의 평범한 일상이 등장한다. 기존 팬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 될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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