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9)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아역배우다. 지난 2012년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 등 수편의 작품에 출연해 연기의 맛을 봤고, 2013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으로 270만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리며 대중에 얼굴을 제대로 알렸다.
최근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으로 활약하며 2014년 베이징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한 tvN 드라마 '슈퍼대디열'(극본 김경세, 연출 송현욱)에서는 첫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찼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성인 연기자도 힘든 눈물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배우'라는 타이틀이 전혀 부끄럽지 않는 이레다. 물론 막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레는 수학시험 사칙연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요괴워치' 카드, '꿈이 너무 많다' 등 또래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순수함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 있잖아요. '슈퍼대디열'은요.
최근 작품이었던 '슈퍼대디열' 이야기가 먼저였다. 이동건, 이유리가 극중 이레의 아빠, 엄마로 호흡했던 '슈퍼대디열'은 이레에게는 또 한 번 새로운 경험이었고,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드라마 주연은 처음인데요. 뭔지 모르게 영화보다는 더 힘들었어요. 촬영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깜짝 놀랐어요. 사랑이 역할요? 그건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엄마랑 아빠가(*인터뷰 내내 이유리·이동건을 엄마·아빠로 호칭) 여러가지 얘기를 해줬어요. 특히 엄마가 '연기를 이렇게 해볼까?'라고 해서 맞춰보면, 촬영 때 늘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면서 또 많이 배웠어요."
'슈퍼대디열' 속 차사랑(이레 분)은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었지만, 마음은 여려서 눈물이 좀처럼 마르질 않았다. 울고, 울고, 또 울던 이레의 눈물샘이 혹여 마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
"눈물 연기요? 안 나오면 그냥 눈을 쭉 뜨고 있어요.(웃음) 아니면 슬픈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을 당하는 걸 생각해보거나, (눈물을 글썽이며) 그러면 코끝이 이렇게 찡해지면서 눈물이 막 나와요. 막상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부터는 주체 못할 정도로 눈물이 흐르기도 해요. 언젠가 닥터신(서준영 분) 삼촌이 '이젠 그만 울어도 된다'고 달래주기도 했어요."
◇ '레옹' 마틸다 역할, 해보고파
초등학교 3학년인 이레에게도 당연히 고민도, 바람도 있다. "남자친구는 아직이요. 지금은 혼자인 게 좋다"고 말하기도, "대학교를 꼭 가야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진학(?)에 대한 고민까지. 또 조종사, 선생님, 요리사, 제빵사, 스튜어디스,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꿈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물론 배우도 추가.
"꿈은 참 많아요. 그래도 내가 아직까지 하고 싶은 건 배우인 거 같다고 생각해요. 연기 현장이 너무 재밌거든요. 평소에는 웃을 때도 있고, 시무룩할 때도, 어쩔 줄 몰라할 때도 있지만 현장만 가면 늘 해피해피해요. 거기에 있는 게 너무 즐겁고 좋아요."
역할에 대한 고민도 여느 배우와 마찬가지다. 자신이 이제껏 해본 역할보다 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말광량이 삐삐' 같은 애들이 좋아요. 자유분방, 쿨한 스타일?(웃음) '레옹'도 좋아요. '레옹'에 나왔던 마틸다(나탈리 포트먼 분)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총 같은 걸 쓰면 촬영 때 재밌을 것 같아요. '소공녀'도요! 어머니가 그 동화를 제일 좋아하세요. 책을 사서 읽어주셨는데, 정말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음…. '소공녀'는 드라마 말고 영화로 했으면 해요.(웃음)"
◇ '아역'이지만, 배울 건 많다
아역이지만, 때로는 여느 성인 배우들보다 오히려 배울 건 많았다. 예컨대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소박하고 순수한 바람 같은 게 그랬다.
"댓글요? 전 아예 안 봐요. 연기만 하기도 벅찬데 그거까지 볼 겨를이 없는걸요. 그래서 악플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몰라요. 어른이 되면 점점 그런 것도 신경쓰게 돼요? 전 어른이 되면…친구들을 초대해서 파자마 파티부터 하고 싶어요. 함께 영화도 보고요.(웃음)"
그리고, 이레가 되고 싶어하는 '어른'은.
"지혜로운 어른,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혜가 없으면 사랑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요. 지혜로우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화도 안 내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잖아요. 그래도 모든 순간이 행복하진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혜로운 사람이 꼭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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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