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등장했다. ‘극한 알바’ 해외 편을 찍기 위해 방문한 중국에서 가마꾼에 도전한 하하·정형돈을 알아본 현지 팬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런닝맨’으로 일약 아시아 스타의 자리에 올라 선 하하의 팬이었다. “‘런닝맨’ 하하”라는 소리에 그를 알아보고 열광하는 중국 팬들의 모습은 사뭇 뿌듯하면서도 생소했다.
‘런닝맨’은 중국에서 사랑받는 한류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이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이 유행하고 있는 최근에도 서바이벌 형식과 멤버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달려라 형제’라는 이름으로 방송되고 있는 중국판 ‘런닝맨’은 시즌2를 시작한 지 단 2회 만에 마의 시청률 5%대를 넘으며 경이적인 인기를 얻었다. 1~2%만 돼도 인기 프로그램 자격을 얻는 중국에서 이 정도의 인기는 한국으로 따지면 40~50%에 준할만한 성적이다.
MBC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tvN ‘꽃보다 할배’ 등 다양한 포맷의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중국에 판권이 팔렸지만, ‘런닝맨’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타 수출 예능 프로그램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런닝맨’ 중국판의 인기는 한국판의 탄탄한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판이 인기가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인기를 (여전히)누리고 있는 것은 한국판이다. 실제 ‘런닝맨’ 한국판의 멤버들은 중국에서 스타급 대접을 받는다. 유재석을 비롯해 김종국, 이광수, 송지효, 하하 등은 중국 어디에 가도 알아보는 이들이 있다. 최근 이광수와 김종국은 함께 중국에서 동반 과자CF를 찍었다. 뿐만 아니라 이광수가 ‘아시아의 프린스’로 불리고, 김종국이 ‘김중국’이라는 친화적인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런닝맨’의 특별한 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출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9일 OSEN에 유독 중국에서 높은 ‘런닝맨’의 인기에 대해 “중국 예능에서는 이렇게 젊은 층들이 좋아할만한 예능이 없었다. 과거에는 스튜디오 물과 토크쇼 위주였다. 한국 예능은 대본이 없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이 많아서 그런 데서 재미를 얻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예능에 출연하는 한국 연예인들의 특성을 독특한 성공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연예인들이 체면을 안 차리고, 열심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호감도가 크다. 한류 예능이 처음 인기를 얻을 당시만 해도 중국 연예인들은 베일에 감춰져 있고, 사생활이 안 나오고 풀 메이크업 돼 있는 모습만 보였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일반인들과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이 나와서 호감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에 포맷이 수출돼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들 중 다수는 연예인들의 사적이고 친숙한 모습을 중심으로 그리는 프로그램들이다. ‘런닝맨’을 대표적으로 ‘아빠!어디가?’, MBC에브리원 '우리 집에 연예인이 산다'(이하 우연산)나, JTBC '대단한 시집'을 카피한 동일채널 위성TV의 ‘명성도아가‘ 등도 모두 연예인들의 친숙한 모습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끼리 함께 뛰어다니며 게임을 하는 ‘야외버라이어티’라는 점도 ‘런닝맨’이 갖고 있었던 신선한 요소 중 하나였다. 관계자는 “‘런닝맨’ 이전에는 게임적인 요소가 없었다. 오디션 , 경쟁 프로그램은 있었는데 연예인들끼리 편을 먹어 야외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에서도 재미를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런닝맨’이 중국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에는 없는 신선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적 한계가 적은 게임 형식이라 중국인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점도 하나 더 꼽아볼 수 있는 장점이다. 이 같은 장점들은, 중국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장수 예능으로 남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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