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코바야시 카오루 "촬영 현장에선 도시락 먹는다"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0 07: 28

'적당한' 위로다. 분명 귀 기울이고 있지만, 해결책을 내놓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행동이라곤 고개를 끄덕이거나, 희미한 미소를 짓거나, 묵묵히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 언제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 말없는 그의 등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 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심야식당'(연출 마쓰오카 조지, 수입 엔케이컨텐츠)에서 코바야시 카오루가 맡은 마스터가 바로 그런 캐릭터다. 그리고 마스터의 매력에 이끌려 외로운 이들이 '심야식당'을 찾고, 자신들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코바야시 카오루는 6년 전 '심야식당'과 인연을 맺었다. 인기 만화 '심야식당'은 2009년 TBS 드라마로 제작됐고, 코바야시 카오루는 중심인물인 마스터 역을 맡으면 '심야식당'과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시작한 '심야식당'은 이후 시리즈 3편까지 만들어졌고, 영화화로 이어졌다. 그 사이 코바야시 카오루는 '심야식당'의 얼굴이 됐다. 영화 '도쿄타워'(2007) '비밀'(1999), 드라마 '나니와 금융도' 시리즈 등으로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는 그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더 익숙한 배우가 됐다. 
그런 코바야시 카오루가 지난 8일 한국을 찾았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다. 앞서 수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공식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분하고 논리 정연한 답변이지만 종종 위트를 섞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마스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그다. '심야식당'을 사랑하는 국내 팬들과 마주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야식당'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한국에서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정도면 인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작자 아베 야로와 미쓰오카 조지 감독님도 한국에서 와서 뮤지컬을 봤다고 들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진다.
"한국에 와서 알았다. 마스터 역을 맡는 김승우씨는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멋진 마스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한국 관객을 마주한 기분은 어떤가.
"한국 관객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 작품의 마음이 한국 관객들에게 전해졌다는 걸 만남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영화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 등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드라마에 사용된 에피소드는 훨씬 많은데, 빠져서 아쉬운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에 나온 모든 에피소드가 영화로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와 영화라는 두 매체가 상당히 다르다. 드라마라는 30분이란 시간 제약이 있고, 앞뒤를 제외하면 실제론 26분이 본내용이다. 그 안에 기승전결을 다 담아야 한다. 반면 영화는 시간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작은 에피소드에 살을 붙여나가는 게 가능하다. 이번 에피소드들은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을 텐데, 아마 감독님의 호불호가 있지 않았을까 한다."
=30분짜리 드라마에서의 연기와 2시간짜리 영화에서의 연기, 차이가 있나.
"영화를 시작할 때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드라마는 시간 제약이 있어 치밀하게 대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시간적인 틈을 두어도 된다고 했다. 시간이 걸려도 하고 싶은 식으로 하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감독님께서 여유를 주셨다. 영화의 리듬을 알려주려던 것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단거리 달리기라면, 영화는 장거리 달리기다. 현장에서 배우로서 큰 차이는 없지만,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연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차이점이었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의 마스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특별한 차이는 없다. 다만 영화에서 마스터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가고,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빨래를 넌다. 마스터의 일상 한 조각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마스터의 일상에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신주쿠의 고층 건물을 보여준다. 어느 골목에 식당이 있는지 보여주는데, 전체의 한 조각 같은 느낌이 있다. 신주쿠는 굉장히 넓은 곳인데, 그곳 후미진 뒷골목에 심야식당이 있다. 전체 거리를 통해서 '심야식당'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장면이 굉장히 영화적이며,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와 달리 마스터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내내 포커페이스이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표정도 보여준다.
"드라마는 치밀하게 만들어야 해서 마스터의 미소까지 포착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자전거 타고 경사길 올라가는 등 일상이 나온다. 가게 안에서는 포커페이스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의 다른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감독님의 의도가 아니었을 까 싶다."
=드라마 속 조리 과정을 직접 촬영한다고 했다. 완성품의 맛은 어떤가.
"드라마를 포함해 영화까지 '심야식당' 속 음식들은 모두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씨가 만들었다. 모든 음식을 그 분이 지도, 감수하고, 그 분이 가져온 재료로 만든다. 재료를 볶거나 프라이팬을 뒤집는 장면 등 만드는 과정은 내가 직접 하지만, 완성품은 이이지마 씨와 그의 스태프들의 작품이다. 이이지마 씨가 만드는 음식은 정말 맛있다. 특별한 조미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다. 어머니가 집에서 만드는 것처럼 평범한 음식인데, 배우들이 음식을 먹으면 마법에 걸린 듯 표정이 달라진다."
=마스터가 음식을 먹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먹어봤던 이이지마 씨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무엇이 있나.
"현장에서 주로 도시락을 먹는다. 배가 고파지면 이이지마 씨를 찾아가 촬영하다 남은 건 없냐고 물어봐서 먹곤 했다. 오차즈케(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요리)를 먹는 여성 직장인 3인방이 나오는데, 매실장아찌랑 연어랑, 생선알을 넣은 것 3종류로 각자 나눠 먹는다. 3가지 모두 섞어 달라고 해서 굉장히 풍성한 오차즈케를 먹은 적 있었다. 굉장히 맛있었다."
='심야식당'을 하기 전에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
"원래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다. 요리를 좋아하는지도 애매하다. 혼자 살 때는 통조리을 따서 그대로 밥에 올려서 먹었을 정도로 요리를 하지 않았다. 섬세하게 맛을 추구하는 타입이 아니다. 내 맘대로 먹는 스타일이다. 요즘 저녁에는 밥을 먹지 않는데, 술과 함께 회나, 완두콩, 어묵 등 안주를 먹는 정도다. 슈퍼마켓에 가면 반제품이 많은데, 이를 서너 가지 사와 따뜻하게 해 먹는 수준이다. 이를 요리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진들에게 직접 요리를 만들어 준적은 없나.
"없다. 사람들이 나를 믿지 않는다."(웃음)
='심야식당'이 한국에서 사랑 받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웃음)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본에서 인식한 한국에서의 첫 반응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인터넷 환경이 좋기 때문에 일본에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한국어 자막이 있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더라. 깜짝 놀랐다. 중국에서 취재를 위해 일본으로 온 분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 굉장히 놀랐다. 그 뒤에 대만과 홍콩에서 '심야식당'이 개봉을 했고, 흥행이 잘되고 있다고 들었다.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이라 그동안 드라마를 봤던, 익숙한 사람들이 영화를 봐주시는 것 같다. 홍콩에서 인터뷰할 때 오히려 내가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이 드라마는 홍콩 사람들에게 낯선 일본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왜 인기가 있는 것 같냐'는 질문이었다. '드라마가 재미가 있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 치유 받는 내용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공감한다'라고 했다. 감정이라는 건 국경을 뛰어넘어 공통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메시지가 국경을 뛰어넘어 전달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자신 있게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에피소드 마다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안을 주는 것 같다.
"버블 경제 이후 성공하지 못하고 약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6년이란 장거리 경기를 뛰고 있다. 매너리즘이 찾아온 적은 없나. 왔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주로 하는 대사가 '어서 오십시오' '음식 나왔습니다'다. 매너리즘에 빠지기에는 대사가 너무 없다. (웃음) 세트장에 촬영을 하러 가면 실제 식당 같은 분위기가 있다. 첫째는 세트의 힘, 두 번 째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 마지막으로 현장의 분위기가 있어서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마스터를 연기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과잉 표현을 하면 안 되는 역할이고, 현장에서는 마스터로서의 태도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한 귀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리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영업시간을 보내듯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손님들과 공유는 하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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