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소신? 올드하지만 필요한 이야기"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1 07: 41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연출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는 소신에 대한 이야기다. 곽경택 감독에 따르면, "실제 유괴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형사와 도사의 소신이 담긴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1970년 대 후반 부산의 한 초등학생이 유괴되면서 시작한다. 유괴사건이 빈번하던 시절, 유괴아동의 부모는 딸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모든 이들이 '소녀'가 아닌 '범인'을 찾고자 한때, '소녀'의 목숨을 구하려는 두 남자가 나타난다. 바로 공길용(김윤석) 형사와 김중산(유해진) 도사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노'(NO)라고 외치는 두 남자는 결국 뜻을 모은다. 결국 이 영화의 초점은 유괴사건 그 자체가 아닌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달려가는 두 남자인 셈이다.
하지만 극비수사라는 단어의 뉘앙스, 김윤석이란 배우의 무게감, 실제 벌어진 유괴사건이란 소재에서 손쉽게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떠올릴 수 있다. '극비수사'는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깬다. 화려한 기교나 강렬한 자극은 없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담백한 이야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이끈다.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되는 닭백숙 같은 영화"라는 김윤석의 비유 그대로다. 

그렇다. 천편일률적인 스릴러와 수사물이 생산되는 충무로에서 '극비수사'는 오히려 신선하다. 되짚어 보면 '극비수사'의 아날로그 감성은 투자 단계에서 수많은 반대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곽경택 감독은 소신으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그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극비수사'가 아니었다면 굳이 만들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사실 걱정이 많이 됐다. 투자를 받으러 가면 젊은 사람일수록 '요즘 같은 시대에 소신이 필요한 이야기냐'고 지적했다. 대신 유괴사건에 집중하거나 상황적인 반전을 넣자고 제안하더라. 유괴사건을 너무 내세우면 뒤에 나오는 '된장 같은 이야기'와 균형이 맞지 않았다. 유괴사건을 다루는 수위를 떨어뜨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소신이라는 게 '올드'하지만, 타협과 소신에 대한 갈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김윤석과 유해진,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알아줬다."
'극비수사'는 흥미롭지만,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잔인한 설정이나 장면은 찾을 수 없고, 피가 나오는 장면은 손에 꼽는다.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일부 장르 영화들이 익숙한 관객이라면 놀라울(?) 정도다.
"전작인 '친구2'(2013) 때 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내가 있는 줄 모르고 '곽경택, X라이 아니냐. 어떻게 톱을 들고 나오냐'고 하더라.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극비수사'는 자극적인 요소가 많이 없어도 되니까, 최소한으로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철저히 드라마와 캐릭터 간의 부딪힘으로 가는, 정공법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유해진이 연기하는 김 도사다. 그동안 주로 코미디 장르에서 활용됐던 직업군이다. 특히 '타짜' 시리즈와 '해적'(2014) 등에서 감초 역할을 한 유해진이 맡았다. '극비수사'에서의 김 도사는 이런 익숙한 이미지를 벗어나, 진중하고 차분한 합리주의자로 그려진다. 실화라는 전제가 없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설정이지만, 그것이 실제였다.
"특히 많이 고쳤던 캐릭터다. 극중 김 도사는 코믹하게 다룰 수 없는 인물이다. 잔재주를 부릴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 몰렸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화적 장치들을 넣었다. 미술, 의상 혹은 소소한 쉼표들이 절실했다."
'극비수사'의 또 다른 재미는 향수를 자극하는 '그 때 그 시절'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 시리즈와 '미운 오리 새끼' 등을 통해 1970~80년대 부산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드러냈다. '극비수사' 곳곳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분명 있다. 잠깐이지만,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이지 않나. 내가 '부산'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영화에 녹아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동년배들이나 지인들이 내 영화를 보고 '그때 같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더라."
부지런한 곽경택 감독은 벌써 차기작을 결정했다. 취재를 좋아하고 실화에 탁월한 곽경택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원작이 따로 있는 판타지 스릴러다. 가제는 '희생부활보고서'. 이번에는 부산을 잠시 떠나 "디지털 냄새가 팍팍 나지만 그 안에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향한 그의 소신이 또 한 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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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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