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재화 인턴기자] 역시 차승원은 타고난 배우였다. 나영석 PD의 인기 예능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맛깔진 요리 솜씨와 유머 넘치는 수다를 통해 '차줌마' 애칭을 얻었던 그가 본업인 배우로 돌아오자마자 카리스마 넘치는 조선의 왕, 광해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제 '차줌마'로 불리며 동료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던 아줌마 포스는 온데간데 없다. 차승원은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개혁군주 광해로 완벽 빙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겨우내내 외딴 섬에 머물며 온갖 재료로 군침 넘어가는 요리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던 '엄마 차승원'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파 배우답게, 지금 그에게는 남편(?) 유해진을 휘어잡는 안방마님의 포스가 아니라 천하를 떨게하는 주상전하의 위엄만이 서려있을 뿐.
차승원은 9일 방송된 '화정' 18회에서 인목 대비(신은정 분)의 폐위를 강력히 주장하는 허균(안내상 분)과 신하들에게 앞으로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임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차승원은 위엄과 진중함을 동시에 갖춘 카리스마 넘치는 광해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예능을 통해 보여준 장난기 가득한 평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종일관 진지하고 근엄한 왕의 자태를 유지하며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대개 배우는 흥행에 성공했거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전 작품의 여운이 강하게 남을수록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차승원의 연기 변신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삼시세끼'를 통해 '인간 차승원'의 진솔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 실수를 저지르고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고집 피우며 동료들과 아웅다웅하는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차승원의 뛰어난 연기 실력과 노력이 그의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덧붙여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이끌어낸 '공감'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엇을 해도 되는 배우'라는 인식을 줬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옆집에 사는 친근한 수다쟁이 아줌마가 멋지고 근사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다고 하는데 이를 응원하지 않을 이웃이 어디 있을까. 차승원은 시청자들에게 있어 '옆집 아줌마'같은 존재였고 지금도 그렇다. 때문에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변신이 거부감 없이 환영받는 게 분명하다.
한편,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 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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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방송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