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화정' 차승원이 다시 쓰는 광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10 09: 20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이 차승원에 의해 새로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폭군' 광해를 연기한 배우들은 참 많았다. 차승원표 광해는 주먹만한 작은 얼굴에 8등신 큰 키로 전례 없는 '얼짱왕'. 더불어 폭군이라는 오명에 숨겨진 따뜻한 감성과 중립적인 판단을 하는 '훈남왕'을 빚어내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18회는 광해(차승원 분)가 중립적인 정치를 한 현실적인 모습이 대두됐다. 차승원은 정명공주(이연희 분)가 죽지 않고 화이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는 광해의 모습을 그리면서 놀람과 반가움, 의심 등 여러 감정을 뒤섞어 표현했다.
광해는 이날 화이가 정명의 징표인 염주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배 다른 여동생이 살아있음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정명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지금껏 버텨온 것으로 예측했으나 어머니 인목대비(신은정 분)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보였다.

사실 정명도 오라버니 광해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동생 영창과 자신을 죽이려했던 것처럼 어머니도 처참하게 폐위할 것이라고 여긴 것. 정명은 "역모를 꾸민 허균을 잡게 해드릴테니 어미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어미를 위해 자신이 남자 화이로 살아온 과거를 용기 있게 밝혔다.
하지만 광해는 정명의 예측을 빗겨갔다. 당초 자신을 따르는 중신들의 뜻에 따라 인목대비를 일벌백계로 처단하고 왕위를 굳건하게 하려 했으나 정명의 편에 섰다. 이에 광해는 "대비를 폐위하라"는 신하들과 팽팽하게 맞섰다. 허균(안내상 분)과 강주선(조성하 분)도 인목을 사살하길 바랐다.
광해는 백관들을 불러 여론을 수렴하고 자신이 명령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라고 지시, 결국 인목대비를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 역사에 나온 그대로다. 인목은 서궁으로 격하된 후 경운궁에 유폐됐다. 인목대비를 후궁으로 낮추면서 궁호도 '서궁'으로 정했다. 역모를 범한 죄인이라도 죽음으로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충격적인 결정에 허균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서 허균은 화이를 이용해 인목대비에게 역모의 누명을 쉽게 씌울 수 있었다. 역사대로라면 정명도 인목대비와 함께 서궁에 유폐되지만, 정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명을 지켜달라"는 광해의 부탁에 홍주원(서강준 분)의 품에 맡겼다. 정명은 이날 주원의 도움으로 어머니 인목대비와 눈물로 상봉했다.
허균이 정명을 잡아 광해의 뒤를 캐려하면서 주원, 강인우(한주완 분)와의 갈등이 심화될 것을 예상케 했다. 이날 주원이 정명을 구하려다 등에 칼을 맞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을 점친 강주선(조성하 분)은 허균을 버리고 이이첨(정웅인 분)과 손을 잡으려 결심했다.
화이, 즉 정명은 강주선, 허균, 김개시(김여진 분)에게 눈엣 가시같은 존재. 그로 인해 자신들의 뜻을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김개시는 화이가 정명이라는 증거들을 하나씩 맞춰나가며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이날 방송에서 중신들의 유혹에 넘어가려 했던 광해의 분노와 배신감, 정명이 살아 돌아왔음에 기뻐하는 광해를 표현한 차승원의 연기가 돋보였다. 차승원이 실제로 광해의 삶을 살진 않았지만 그의 캐릭터 분석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외로움을 타는 광해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그늘진 얼굴, 슬픈 눈빛으로 광해의 속내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차승원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에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해졌다. 광해는 차승원에 의해 그렇게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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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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