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매드맥스'-'스파이'를 본 550만이 의미하는 것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6.10 10: 04

지난 5월 극장가를 점령한 '매드맥스'와 '스파이'가 총합 550만 가량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퇴장할 전망이다. '샌안드레아스'가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어, 오는 11일 '쥬라기월드'가 개봉할 예정이어서 이 두 작품의 생명력은 거의 다 한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
이 두 작품은 각각 누적 350만, 205만명을 동원, 아주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의외의 흥행이 가능한 '어떤 취향'을 반영하며 의미있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두 작품 모두 정통적으로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잘먹힌다고 보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 개봉 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뜨거운 입소문으로 인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게 된 케이스다.

'매드맥스'는 흔히 한국 관객들이 중시한다고 통하는 내러티브에 절대적인 약점이 있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내달리는 이 영화는 추격 과정의 스릴과 자극적인 비주얼, 화끈한 액션이 주는 화끈함에 100% 의지한 작품. 대사도 별로 없고, 인물 간 끈적한 멜로도 없어 비주얼을 제외하면 뼈대가 꽤 앙상한 편이다. 주인공의 고민이나 반전 등을 최대한 생략하고 추격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
더구나 주인공도 국내 관객이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남자 주인공은 시시때때로 여자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에 머무르며, 여자 주인공은 섹시하기만한 여전사가 아닌 진짜 고뇌하고 분노하는 '전사'였다. 
그러나 서브텍스트가 풍성했다. 한 장면 한 장면 의미를 부여하고, 주인공들의 고뇌를 미뤄짐작하며, 정확히 어느때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미래 어느 시점에 현재성을 투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SNS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스파이'는 코미디라는 점을 제외하면,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요소를 모두 갖췄다. 주드로를 제외하면 널리 알려진 배우가 없었으며, 하물며 주인공이 여성인데다 예쁘지도 않았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호하던 차에 과체중의 여성이 스파이로 활약한다는 설정도 그리 매력적일 수 없었던 상황.
그러나 이 여성이 기존 액션물의 공식을 비틀고, 전형적인 '멋진 남자' 캐릭터들을 비꼬고,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완전히 벗어나버리자 신선한 재미가 생겨났다. '개콘'보다 웃기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드맥스'를 무섭게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6월에 들어서는 '매드맥스'와의 관객 차도 크게 줄인 상태다.
국내 영화계는 이 두 작품 모두 한국에서 제작과 투자를 이뤄내기 어려울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흥행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분류되기 때문. '매드맥스'는 스타일 과잉이라고, '스파이'는 여성 코미디는 안된다고, 거절 당할 게 뻔하다는 것. 그러나 이 두 작품이 의미있는 '예외'를 만들어내면서, 향후 변화를 기대해볼만도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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