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非전문 배우 쓰는 이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0 13: 42

무엇이든 알고 보면 재미가 확장된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가 그러하다. 낯선 얼굴의 배우를 보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곽 감독은 크고 작은 역에 비전문 배우를 종종 기용하는데, 그 중에는 영화계 관계자 혹은 일반인들이 숨어 있다. 전작인 '미운 오리 새끼'(2012)가 대표적이다. 목공 역의 홍명기 씨는 배우 이지아의 매니저이며, 간부 역의 양중경 진인사필름 대표는 곽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영화계 인사다.
이는 '극비수사'(제작 제이콘컴퍼니)도 마찬가지다. 극 초반 딸이 유괴 당하자 은주 모친(이정은)은 고모(장영남)와 함께 무당을 찾는다. 이때 등장하는 무당이 홍보사 영화인 신유경 대표다. 캐스팅 당시 무당 역할에 적합한 배우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곽 감독은 함께 밥을 먹던 신 대표에게 "출연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감독님이 출연하라고 하면 하는데, 교회 집사입니다"라는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지만, 곽 감독은 설득에 성공했다. 이에 낯선 부산 사투리 대사를 열심히 연습한 신 대표는 짧은 분량이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또 다른 '숨은 배우 찾기'는 곽 감독의 어머니다. 역시 초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김중산(유해진)의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에 잠깐 등장한다. 김중산의 스승인 박 도사 앞에 명품 가방을 들고 앉아 있다. 신 대표와 달리 대사는 없다. 곽 감독은 "아버지와 남동생은 전작에 나온 적 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서 이번에 제안했다. 어머니는 시조 시인으로 등단하시기도 했고, 그림과 연극을 사랑하는 활발한 분이다.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캐스팅 비화(?)을 털어놨다.

이밖에도 '미운 오리 새끼'의 홍명기 씨가 철가방 역으로 깜짝 출연하고, 실제 이비인후과 의사인 곽 감독의 사촌형 곽정택 씨가 극중 김중산이 딸과 함께 찾은 이비인후과 의사로 등장한다. 곽 감독은 "사촌형을 포함해 의사 3인방이 등장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철학관 선생님은 지인인 성형외과 의사, 최면사 역시 지인인 안과 의사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곽 감독은 왜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는 것일까. 곽 감독은 "'뉴페이스'를 쓰는 장점이 있다. '뉴'라는 말 그대로 새로워야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단역이나마 다른 배우들의 기회를 뺏는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곽 감독은 "현장에 단역 연기자들이 오면 출연횟수가 적어서 나와 화학적으로 결합될 시간이 없다. 현장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긴장해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경력이 많은 배우에게 작은 역을 시키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친분이 있는 사람이면 서로 편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출연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사주를 통해 유괴 아동을 찾은 실존 인물인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이야기를 담는다.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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