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공룡이다. 초등학생부터 성인 관객까지, 화면 속 공룡들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여기에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과 실제로 실현 가능한 과학적인 콘셉트가 더해져, 화면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공룡들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전율이 전해진다.
11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연출 콜린 트레보로우, 수입 UPI코리아)도 마찬가지다. 극중 등장하는 테마파크에서는 마치 승마를 하듯 트리케라톱스를 탈 수 있고, 달리는 차 안에서 뛰노는 갈리미무스를 지켜볼 수 있다. 직접 보트의 노를 저으며 물가에서 생활하는 아파토사우루스를 만나는 일도 가능하다.
온순한 공룡들만 나온다면 ‘쥬라기’ 시리즈는 망했을 것이다. 긴장감을 선사하는 골칫덩어리들이 있어야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매 편마다 강력한 육식 공룡들이 등장하는데, ‘쥬라기 월드’에선 인도미누스다.
인도미누스는 실제 존재했던 공룡이 아니다. “스테고사우르스를 코끼리 보듯 하는” 관객들 때문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자 탄생한 유전자 조작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랩터를 비롯,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를 조합했다. 12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과 힘은 물론 위장술을 쓸 만큼 영악하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거대한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 또한 강렬하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이용해 물고기, 익룡, 백상아리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20m 크기의 공룡이다. 초반 등장하는 모사사우루스 먹이쇼는 테마파크가 시큰둥한 고등학생 그레이(타이 심킨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만큼 압도적이며 웅장하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쥬라기’ 시리즈를 대표하는 티라노사우루스도 빼놓을 수 없다. 3편(2001)에서 초반 스피노사우루스와의 대결에서 쉽게 꺾여 버리자 관객들의 불만이 폭주했을 만큼 인기가 상당하다. 이번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후반부 등장하는 인도미누스와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은 하이라이트 신으로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반전은 랩터다. 1편에서 랩터를 보며 마음 졸였던 관객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에는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과 교감을 나누며, 일종의 아군이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랩터가 실은 의리(?)있는 공룡임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귀여워 보일지도 모른다.
‘쥬라기’ 시리즈는 늘 그렇듯,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려는 부모들은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난 후 자녀들의 ‘공룡 사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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