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진모가 확실히 달라졌다. 날카로운 카리스마와 묵직함, 강한 면을 덜어내고 가벼워진 주진모는 자신을 내려놓고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능청스러움까지 장착했다.
JTBC 금토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극본 백미경, 연출 이태곤)에서 그간의 주진모를 예상했다면 전혀 다른 모습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는 비슷할 지라도 캐릭터 자체가 그동안 그가 출연한 드라마에서 봤던 성격과는 다르다.
사실 주진모는 드라마에서 주로 맡았던 캐릭터와 저음의 목소리, 남성다운 얼굴로 ‘상남자’, ‘마초남’의 이미지가 강했다. 주진모도 제작발표회에서 “대중이 나를 인식하고 있는 모습은 슈트를 입고 강렬한 액션을 하는 배우다. 나 또한 주진모라는 사람을 생각했을 때 센 이미지가 생각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은동아’에서는 강하고 센 모습은 볼 수 없다.
주진모는 극 중 오로지 첫사랑 지은동을 찾기 위해 톱스타가 된 집념의 남자 지은호 역을 맡았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배우지만 어린 시절 홀연히 사라진 은동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고 있는 인물이다. 캐릭터 설명만 보면 우울하고 어둡다. 20년 동안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살고 평생 그 여자를 찾는 남자라면 당연하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보면 그런 부분은 일부다.
‘사랑하는 은동아’ 속 주진모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연기변신이 놀라울 정도다. 시차적응에 실패해 새벽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매니저에게 전화해 버럭 소리를 질러 괴롭히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부스스한 머리와 잠이 덜 깨 눈도 채 뜨지 못하고 배를 긁적거리는 모습은 친근하기까지 하다. 또한 매니저가 해외로 가는 자신에게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된다”고 하자 “주접떨고 있네”라고 하는가 하면 시차적응 때문에 졸고 있는 모습까지 새롭다.
주진모가 “연기하고 있고 실제 내 모습이 보이는 게 뜨끔뜨끔할 정도로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다”며 인간적인 배우로 보이는 걸 기대한 것처럼 극 중 주진모는 상당히 편하고 자연스럽게 지은호 캐릭터를 끌어가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시청자들 또한 편하게 좀 더 몰입할 수 있다.
주진모의 새로운 변신에 시청자들은 ‘주진모의 재발견’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주진모가 연기했던 캐릭터들 때문에 무게감 있는 연기만 할 거라든지 그런 연기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확실히 깨줬다. 단언컨대 주진모에게 있어 ‘역대급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kangsj@osen.co.kr
JTBC ‘사랑하는 은동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