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맨도롱 또똣' 유연석, 나쁜 남자는 이제 그만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2 06: 54

홍콩 배우 장국영은 영화 '아비정전'(1990)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남자 역을 맡았다. 남자는 여자에게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1분 전"이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그렇다고 이 남자를 무작정 미워할 수 없다. 그 또한 어머니에게 입은 상처가 깊은,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흔히 만나는 나쁜 남자의 특징이다. 일단 태도가 확실하지 않다. 때론 다정하고, 때론 냉정하다.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면 도망가는데, 그렇게 멀리 가지도 않는다. 그런 남자에게 마음을 뺏긴 여자는 그의 애매모호한 행동에 속이 탄다. 하지만 그가 약해진 모습을 보일 때는 어김없이 모성애가 발휘된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10회에서 그려진 건우(유연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정주(강소라)를 놓아주지 않는다. 정주의 바람대로 그의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확인하고자 정주가 자신을 계속 좋아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럴수록 정주의 고통은 지속된다. 정주는 건우의 이기적인 마음과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계속 해야 한다. 건우의 손에 이끌려 둘 만의 데이트를 하는 순간은 즐겁지만, 건우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할 때 자괴감에 빠진다. 정주가 읍장(김성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건우는 성장을 거부한, 혹은 몸만 성장한 어린 아이다. 애정결핍이란 그럴싸한 말로 설명하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에 가깝다. "삼십육계 줄행랑도 전략"이라는 읍장의 말에 정주는 건우에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데, 그때 건우는 '기습 키스'라는 맞불 작전을 쓴다. 그리고 첫 마디가 "졌지?"다. 그다운 발언이다.
이점은 기억해야 한다. 나쁜 남자도 오래 가면 질린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에서 브리짓이 결국 누굴 택했는지 떠올려 보자. 유연석이 아무리 멋있고 연기를 잘하더라도, 악행(?)이 계속되면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아진다. '맨도롱 또똣'이 아닌 '맨도롱 어장'이란 지적, 종영까지 5회만 남은 상황에서 두 인물의 관계가 표면적으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불만도 있다.
악녀는 지원(서이안) 하나로 충분하다. 이제 '나쁜 남자'가 아닌 '멋진 남자주인공'이 등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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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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