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다시 모였다. 스타들의 동창회라는 콘셉트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어게인'다.
이날 방송은 1999년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 편으로 꾸며졌다. 주인공 차인표, 송윤아를 비롯해 박상면, 이계인, 윤용현, 최종환, 박준규 등이 당시 촬영장인 경기 양주시 MBC 문화동산에서 모여 지난날을 추억했다. 그들의 즐거운 수다에는 '왕초'를 포함한 그 시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시작은 송윤아와 차인표의 수줍은 재회였다. 합류하는 인원이 점점 늘어갈 수록 잔칫집 분위기로 변해갔다. 이들은 당시 의상 입어보기, '왕초' 비빔밥 먹어보기, 장면 재현하기 등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동갑내기 박상면과 차인표는 시종일관 장난을 치며 10대 소년으로 돌아갔다.
그런 왁자지껄함이 '어게인'의 강점이었다. 송윤아는 당시 가장 친했지만 어느새 연락이 끊긴 홍경인을 보고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박준규와 이계인의 티격태격은 웃음을 자아냈다. 한때 정말 가까웠던 사람들이 다시 모였기 때문에 발산되는 에너지와 흥이 '어게인'을 가득 채웠다.
쏠쏠한 재미도 있었다. 송일국, 이서진 등 '왕초'를 스쳐간 스타들의 출연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했다. 대부분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현영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밀착 촬영하는 VJ들가 어색한 '예능 초보' 송윤아의 모습도 새로웠다.
어수선함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별도의 진행자는 없었다. 출연진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갔는데, 그렇다 보니 다소 산만한 것도 사실이었다. '왕초'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반복 등장한 자료화면이 지루함을 주기도 했다.
첫 술이 배부를 순 없지만, '어게인'은 분명 신선한 시도였다. 과거 인기 드라마 속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이벤트였다. 한때 '멋진 왕초'이자 '소녀들의 로망'이었던 차인표가 노안으로 안경을 쓰는 모습이, 자료화면 속 앳된 모습과 비교되며 알 수 없는 뭉클함을 자아냈다. 또 해당 드라마를 적극 재조명해 단순한 추억팔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새로운 포맷의 예능프로그램들을 선보인 MBC의 저력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중 일부는 '어게인'처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정규 편성됐다. '어게인'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날 방송된 '어게인'은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충분히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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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