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주지훈이 유독 매력적이다. 처음 재벌 집 아들로 차갑게 무장했던 그의 모습이 조금씩 벗겨지자 오히려 그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시청자들을 반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가면’ 6회에는 변지숙(수애 분)에 점점 더 마음을 열어 가는 최민우(주지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는 정신적 장애로 동정을 부르던 것과는 또 다르다. 지숙을 향한 마음에 질투심을 드러내고, 가끔은 아이처럼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다.
이날 민우의 질투 장면은 단연 이목을 사로잡았다. 앞서 지숙의 동생 지혁(이호원 분)이 무리하게 지숙을 찾아 와 ‘누나’라고 부르며 애타는 눈빛을 보이자 지숙은 물론 민우도 당황했던 바. 지숙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외면하자 민우는 그를 믿어주는 척 했지만, 이후 둘 사이에 대한 생각으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민우는 회사 회의 중 지숙에게 문자를 쓰며 여러 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는 ‘궁금하지 않으니 말 안 해도 된다’고 하다가는, ‘궁금하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 남자 누구냐.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내용을 바꿔 문자를 썼고, 또 화를 못 이기고 책상을 ‘쿵’하고 두드려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쉽게 동요한 민우의 모습이 귀여웠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솔직한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민우도 지숙처럼 가면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홀로 있을 때 솔직했던 민우는 지숙을 만나서는 지혁에 대해 “사랑한다던 사람이냐”고 물었고, “만나라. 그게 결혼 조건이었다”며, “대신 들키지 않겠다고 약속만 해라”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또, 이후에는 지숙에게 “다른 남자 만나고 와서 그런 표정 짓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냐”고 진심을 드러내다가도, 또 다시 “아까 했던 말 신경 쓰지 말라”고 스스로 정정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유독 민우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민우는 지숙과 함께 어머니 납골당을 찾아가 진심 어린 그리움의 표정을 보였다. 어머니를 위해 바이올린을 켜는 그의 모습은 지숙마저 감동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젖은 옷을 말리려고 바위 뒤에서 옷을 벗는 지숙을 몰래 바라보다가는, 들키자 당황하며 스트레칭 하는 척 몸을 움직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국 방송 말미에는 몸이 아픈 지숙을 위해 알몸으로 그를 안아주는 등, 그토록 싫어한다던 스킨십도 마다 않고 몸 사리지 않는 그의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면’이라는 드라마는 확실히 가볍지 않다. 곳곳에 배신과 음모가 자리하고 있고, 매 방송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상처 받는다. 이 속에서 민우 역시 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 그럼에도 주지훈은 장면 사이사이에 깨알같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감정이라는 구멍 때문에 완벽히 ‘철벽남’의 가면을 쓰지 못하는 민우라는 캐릭터와 연기 구멍 없이 깔끔하게 이를 소화해내는 주지훈이 앞으로 또 어떻게 성장해갈 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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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