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유인영이 못된 악녀인데 예상 못한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주지훈과 수애의 행복한 앞날을 방해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힘겨워하기 때문.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못된 구석이 있다가도 어딘지 처량해보이는 유인영의 눈빛 연기는 짠하기 그지 없다.
유인영은 현재 SBS 수목드라마 ‘가면’에서 최미연을 연기하는 중. 배다른 동생 최민우(주지훈 분)의 회사 후계자의 길을 가로막는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 민석훈(연정훈 분)의 애정을 갈구하는 불쌍한 악녀다.
이 드라마가 석훈이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민우에 대한 적개심이 큰 가운데, 미연은 석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중이다. 민우를 곤경에 처할 때는 서슬퍼런 눈빛을 보이다가도,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석훈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을 때는 처량한 눈빛으로 변한다. 야망이 큰 여자이나 사랑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한 미연은 섹시하고 도도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유인영이 현실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11일 방송된 6회는 사랑에 눈이 멀어 민우와 변지숙(수애 분)을 무인도에 갇히게 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확 높였다. 물론 민우와 지숙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미연의 섬뜩한 면모가 드러나며 향후 민우와 지숙의 앞날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가 이 드라마에서 일으키는 갈등은 미스터리와 멜로가 결합된 ‘가면’의 흥미 요소. 주인공인 주지훈, 수애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유인영은 2년 전 MBC 드라마 ‘기황후’를 통해 짧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한 드라마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특별출연했다가 고정출연을 하게 되는 내공을 발휘했다. 당시 유인영은 강인한 여자를 연기하며 그간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역할을 주로 했던 것과 다른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2004년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으로 데뷔를 한 유인영은 쉬지 않고 다작을 한 배우.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이번 ‘가면’에서도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악녀를 연기하며 흡인력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중. 많지 않은 등장에도 극을 휘어잡는 유인영의 연기는 ‘가면’의 박진감 있는 전개의 이유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무시무시한 악역으로만 고정화된 게 아니라 어딘지 신경이 쓰이는 미연의 결핍 요소를 잘 부각시키며 중반 이후 사랑과 야망에 미쳐 폭주할 미연의 변모를 기대하게 했다.
한편 ‘가면’은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지켜주는 남자를 통해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격정 멜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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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