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의 진심, 김성현도 알고 있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3 06: 01

“네가 무슨 목적으로 2군에 내려가는지 알고 있느냐”
SK 최고참인 박진만(39)은 노파심에 한 후배를 불러 세웠다. 11일 2군행이 결정된 김성현(28)이었다. 박진만이 코치는 아니고, 어쩌면 포지션 경쟁에 있는 선수였다. 아무리 최고참이라고 해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진만은 김성현에 대한 걱정이 컸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 2군행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놓치고 의기소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군행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결정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박진만은 딱 한 가지를 물었다. “왜 2군에 내려가는지 알고 있느냐”라고. 최근 부진에 대한 문책성 2군행이기보다는, 앞으로를 내다보고 천천히 재정비를 하라는 벤치의 배려임을 알고 있느냐는 뜻이었다. 그러자 선배의 뜻을 눈치 챈 김성현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그때야 박진만도 안도할 수 있었다. 후배를 향한 안쓰러움과 배려가 잘 묻어나는 일화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손꼽히는 박진만이다. 아직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밑천이다. 그런 박진만이 팀 내 내야수 중 수비력을 인정하는 선수가 바로 김성현이다. 기본기도 있고, 응용력도 있어 화려한 수비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게 박진만의 한결 같은 평가다. 박진만은 기약 없이 2군에 내려간 김성현에 대해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는 없었다. 분명 수비는 잘 하는 선수”라면서도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아쉬워했다. 박진만의 손이 가르친 지점은 심장이었다.
계속되는 실책에 자신감은 떨어졌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이 두려운 시기였다. 박진만은 “나도 초창기에 실책을 많이 해서 그 기분을 안다. 그래서 실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옆에서 이야기도 해주고 격려도 해줬다. 그런데 선수 자신이 이를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라고 안쓰러워했다. 팀 동료들도 “도루를 하다 한 차례 발목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여파 탓에 수비 범위가 급격하게 좁아졌다”라고 입을 모은다. 모두가 “김성현은 수비를 잘 하는 선수”라는 기본적인 인식 속에서 부진의 원인을 짚고 있다.
박진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후배가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진만은 “2군에서 심리적인 문제만 다잡으면 된다. 그렇다면 분명 다시 올라와서 잘할 것이다”고 격려와 함께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팀이 바라는 것도 이것이다. 김용희 감독도 “2군에서 재정비를 잘했으면 좋겠다. 면담 때도 이번 2군행의 의미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장기적으로 SK 내야의 가장 좋은 그림은 김성현이 유격수 포지션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는 것이다. SK는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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