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 공의 받침 하나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프로듀사’ 공효진은 곰 같이 눈치가 없으면서도 여전히 사랑스러워 ‘곰블리’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는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승찬의 고백을 알아듣지 못할 뿐 아니라 “네가 거기(새 아파트)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준모(차태현 분)의 말 역시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예진(공효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승찬은 좋아하는 예진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예진의 새 아파트를 ‘둘러보는 집’에 공모, 성공시키며 인테리어를 공짜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예진의 이사할 집의 청소까지 도맡으며 좋아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예진의 둔감함이 문제였다.
“선배와 영화를 못 봐 아쉽다”는 승찬의 말에 “승찬이 쟤, 영화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었던 예진은 이번에도 “너 인테리어나 이런 걸 되게 좋아하나보다”라며 눈치 없는 질문을 했다. 이에 승찬은 애써 용기를 내, "좋아서 한다. 그런 거 좋아한다기보다 선배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다"라고 고백했지만 예진은 그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정말? 그럼, 나 좀 도와줘. '뮤직뱅크' 상반기 특집인데 다른 때 보다 무대가 많아서 다들 도와준다고 하더라”고 엉뚱한 부탁을 하기까지 했다.
예진을 좋아하는 승찬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후배인데 괜히 미안해서 부탁을 못 했다”는 예진의 말에 급, 미소를 지으며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형을 보였다.
예진에게 다가가는 승찬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린 것은 준모였다. 오랜 세월 예진과 함께 해 온 준모는 이사를 함께 준비하는 예진과 승찬의 모습을 의식하며 질투인 듯 아닌 듯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1박2일’의 결방이라는 상황과 예진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연결시키며 몰입을 하기까지 했다. 예진의 옆에 자신이 잠시 빠져있는 동안, 치고 들어온 승찬을 수비할 태세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한 것.
그는 승찬과 예진이 함께 청소를 하는 아파트에 불쑥 가, 알려주지도 않은 비밀번호를 따고 들어와 무심한 듯 “꼭 가르쳐줘야 아느냐. 네 생일 아니면 내 생일이지. 내 생일이드만. 0520”라고 은근히 승찬을 향한 반격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방송국 앞에서 만난 예진에게 “네 아파트, 전세주자”며 “네가 거기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못 알아들었느냐? 그냥 우리 집에 계속 있으라고. 네가 가는 게 싫다”고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예진은 준모를 향해있던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상황. 우정을 제자리로 돌리겠다고까지 말한 상황에서 눈치 없는 예진이 준모의 진심을 쉽게 알아차릴 리 없다. 이미 고백을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해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한 번 고백을 해야 하는 승찬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결국 두 사람의 공동 미션은 눈치 제로 ‘곰블리’를 깨우는 일이 됐다.
공효진은 눈치는 조금 없지만 사랑스러운 예진의 캐릭터를 유쾌하게 소화하고 있다. 술에 취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는 용기를 가졌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곰탱이’ 예진은 귀엽다. 또 위기에 처한 신디를 위해 “오늘 나한테 가장 크고 주요한 무대는, 제일 정성과 마음을 쏟아 부을 무대는 제2의 신디가 아니라, 그냥 신디의 무대다”라고 당당하게 격려하는 의리는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어필’되는 매력. 과연 곰 같은 예진을 깨울 자는 누가 될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예진의 모습을 공효진은 또 어떻게 표현해 갈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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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