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오마말’ 여진구, ‘해품달’ 뛰어넘은 사극 왕자님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6.13 07: 03

여진구가 못하는 역할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장르는 역시 사극인 듯싶다. 처음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졌던 사극 설정의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 시즌2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성균관 유생으로 변신, 백정의 딸 설현을 향해 저돌적으로 진심을 고백하는 여진구의 모습은 익숙해 반가울 분 아니라 아역 당시보다 더욱 성숙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극본 문소산 연출 이형민 최성범 분)에서는 백정의 딸 마리(설현 분)를 향한 연심에 깊이 빠져든 재민(여진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재민과 마리는 피리를 매개로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사이. 마리는 사내를 사로잡는 향을 얻기 위한 양반 가문 규수 아라(길은혜 분)의 모략으로 누명을 쓴 채 헛간에 갇히게 될 위험에 처했고, 재민은 적절한 때 나타나 그를 구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역시 ‘차도남’인 그의 방식은 마리에게 상처를 줬다.

마리에 대해 “개·돼지보다 못한 백정"이라며 "소에게는 외양간, 말에게는 마구간, 돼지에게는 돼지우리가 있다. 어찌 짐승과 사람을 한 울타리에 들이려 하느냐. 이 댁의 고귀한 가풍을 짐승의 천한 기운이 막을까 저어된다"고 말한 것.
재민의 말에는 마리를 구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독한 말에 상처를 받은 마리는 조용히 아라의 집을 떠났다. 이에 재민은 다시 그를 찾아갔고 “나리께서 소녀를 개, 돼지라 하셨을 때 짐승이라 하셨을 때 왜 그리 가슴이 아팠는지, 소녀도 답답하다”는 마리의 말에 미안해했다. 이후 재민의 진심어린 사과로 두 사람은 화해를 했고, ‘알콩달콩’ 신분의 차를 뛰어넘은 데이트를 이어갔다.
그러나 조선시대 신분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벽이었다. 마리는 재민이 곧 혼례를 올린다는 소식에 홀로 강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음아파 했다. 또 한 번 아라의 계략으로 재민 앞에서 저고리 소매가 뜯어지는 굴욕을 당한 그는 그렇게 신분의 차를 통감했다. 이 때 흔들리는 마리를 잡은 것은 ‘백마 탄 왕자’ 재민이었다. “돌려드리겠다. 개, 돼지만도 못한 천한 백정에게 어찌 양반 나리의 귀하디귀한 의복이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자신의 옷을 거절하는 마리에게 “나를 지나치지 마라”라며 붙잡았다.
또 “내가 발을 멈춘 것이 너에게 보이지 않느냐. 네가 그러지 않았느냐 멈춰서야 한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면 세상 만물의 진심에 닿을 수 없다하지 않았느냐. 내가 이곳에 발을 멈췄단 말이다. 너를 들여다보려고, 내가 여기 서있단 말이다”라고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고백을 하며 애절한 사랑을 드러냈다.
중학생 때부터 이미 ‘해를 품은 달’로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여진구는 또 한 번, 조선시대 ‘엄친아’ 캐릭터로 안방을 밝히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연기력은 드라마의 흡인력을 높였다. 신분의 차를 의식, 냉정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조금씩 마리의 다른 매력에 빠져드는 재민의 캐릭터는 여진구의 균형 있는 연기력으로 생생하게 표현됐고, 판타지나 다름없는 퓨전 사극은 설득력 있게 완성됐다. 
한편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종족과 세기를 초월한 남녀의 달달하고도 애틋한 운명적 사랑을 그려낸 드라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시즌2에서는 현재에서 300년 전 과거시점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전생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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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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