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는 마스코트인 ‘미스 마리테’가 있다.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주인님’의 명령에 따라 스타들이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하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의 숨은 권력자(?) 방송인 서유리(30)다.
서유리가 ‘마리텔’에서 하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 일단 시청률 대결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고, 성적표를 발표하는 진행을 한다. 스타들의 개인 방송에 잠깐 등장해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깔아놓는 웃음 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내 소유진에게 게임 전용 마우스가 들켜 난감한 백종원의 심적 혼란을 설명하는 부연 콩트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웃음기를 거둔 채 정색하면서 진행을 하거나, 게임 속 캐릭터마냥 화려한 의상을 입고 상황 설명을 하는 맛깔스러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처음에 프로그램 기획안을 봤을 때 겁이 났어요. 제가 당시 방송인으로서 생명 연장을 할 수 있는 지 할 수 없는지 기로에 서있었거든요.(웃음) ‘SNL코리아’ 출연이 끝나고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죠. 그런데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마스코트 같은 역할이라고 하시니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죠.”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지금이야 서유리가 ‘미스 마리테’로서 어떤 진행을 해야 하는지 시청자들도 알고 있지만, 녹화 전에는 새로운 시도의 프로그램인 까닭에 상상의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았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박진경 PD님께 ‘상상플러스’에 나왔던 아나운서들의 역할인 것이냐고 여쭤봤죠. PD님이 어느 정도는 맞는 부분이 있는데 100% 같지는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아나운서가 아니니깐 저만의 색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유리는 ‘마리텔’ 촬영이 즐겁다. 평소 인터넷과 게임을 즐겨하며 네티즌과 소통하는 서유리에게 잘 맞는 방송이기도 하다.
“‘마리텔’은 출연하면서 정말 즐거운 프로그램이에요. 제작진이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을 설명해주시면서 ‘재밌을 것’이라고 해요. 저도 인터넷을 많이 하지만 제작진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인터넷 문화, 어떻게 보면 누군가는 B급 문화라고 하는 네티즌의 농담을 방송으로 끌어들였잖아요. 이런 네티즌 문화를 지상파 방송에서 재미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매회 아이디어가 기발하잖아요.”
서유리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장면은 백종원의 ‘게임 마우스 들통 사건’이었다. 백종원이 생방송 중 소유진이 인터넷에 올린 게임 마우스 사진을 보고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는데, 백종원이 게임을 평소 즐긴다는 것을 모르거나 이 마우스의 용도를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한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제작진은 서유리를 활용해 하나의 콩트 같은 재밌는 부연 설명 장치를 만들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명 이 프로그램에 호평을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약빤 편집’ 중에 하나였다.
“사실 여러 버전으로 만들었어요. 평지에서 걸어가면서 ‘계단을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연기했고요. 방송에 나오지 않은 여러 버전으로 만들었죠. 제작진에게 ‘전 흑역사가 많으니까 상관없다’라고 말씀드렸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를 했어요.(웃음) 사실 제가 ‘마리텔’에서 하는 것은 진행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연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유리는 ‘마리텔’에서 좀처럼 웃지 않는다. ‘주인님’의 명령만 수행하는 ‘로봇’ 같은 캐릭터인지라 다른 출연자와 다소 거리를 두는 연기를 한다. 정색하는 상황극으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는 스타들과 묘한 조합을 만들며 재미를 선사한다.
“조정치 씨가 게스트로 출연하신 적이 있잖아요. 촬영 중이 아니었다면 서로 웃으면서 인사를 할 텐데 촬영 중이어서 정색 연기를 했어야 했어요. 조정치 씨가 인사를 하셨는데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깐 제가 인사를 평소처럼 살갑게 하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조정치 씨가 ‘제가 뭐 잘못했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웃음이 터질 뻔 했어요. 제가 정말 웃음이 많거든요. 정준영 씨가 저를 웃기려고 일부러 ‘누나 누나’ 이러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정말 두 분이 말씀하시는데 웃음 참는 게 힘들었죠.(웃음)”
서유리는 참 친근한 성격이다. 인터뷰를 위해 OSEN 사무실을 찾았을 때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거듭해서 인사를 하고, 인터뷰 중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유리에게 ‘미스 마리테’ 캐릭터를 잠시 내려놓고 인터넷 방송 대결에 참여해볼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저는 고정 출연이 좋습니다.(웃음) 괜히 순위 싸움에 뛰어들고 싶지 않아요. 정말 시청률 대결은 정글이잖아요.(웃음) 미스 마리테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여자 팬들이 조금 늘었어요. 그 전에는 제 페이스북에 들어오는 네티즌이 98%가 남자였거든요. 2%가 여자였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90%가 남자고 10%가 여자예요. 정말 산삼보다 귀한 여자 팬인데 늘었어요. 제가 여자 팬들에게는 특별대우를 합니다. 여자 팬들이 글을 남기시면 ‘어이쿠 오셨어요’라고 해요.(웃음)”
서유리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성우로 데뷔했다. 성우로서 입지를 다진 그는 현재 연기와 진행, 그리고 성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제가 23살 때 성우 일을 시작했어요. 공채 데뷔를 빨리 한 거죠. 제가 ‘깡다구’가 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사실 시험 2~3차까지 가면 모두들 실력이 상향평준화돼 있거든요. 나이가 어려서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왜 성우 일을 안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억울해요. 전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우 일이 다른 방송 활동에 비해 티가 안 날 수 있어요. 목소리만 나오니까요. 그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전 계속 성우 일을 할 겁니다.(웃음)”
사실 성우로서 성공을 했다는 것은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영상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
“성우도 연기자죠. 성우 시험을 볼 때 연기 오디션과 다를 바가 없어요. 마이크가 있고 카메라가 없다고 해도 표정 연기는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성우 선배들이 연기를 하시고 저 역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우, 연기, 진행 모두 재밌거든요. 특히 연기에 있어서는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경찰청 사람들’에서 악역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순수한 모습을 연기할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나쁜 역이 제게 더 맞나봐요.(웃음)”
서유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지독히도 악성 댓글을 게재하는 네티즌에게 일침을 가했다. 많은 스타들이 그러하듯 서유리 역시 때론 입에 담기도 힘든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방송을 하다 보니 악성댓글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된 것도 있어요. 웬만하면 ‘그런가 보다’라고 넘기는데 정말 심한 악성댓글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죠. 또 무단으로 제 얼굴을 악성 광고에 활용한 경우도 있어요. 일단 혹시 몰라 악성댓글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요.”
서유리는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 MBC ‘경찰청 사람들’, 그리고 SBS 라디오 ‘케이윌의 대단한 라디오’에 출연 중이다.
“저는 오랫동안 방송 활동을 하는 게 목표예요. 결과와 관계없이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서유리는 열심히 하더라’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것 말고는 바람이 없어요. 아, 한 가지 더 있다면 제가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저희 어머니가 어르신이다 보니 재밌게 보시지 못해요.(웃음) 어머니가 좋아하는 일일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요. 어머니가 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재밌어 하실 수 있게 일일드라마 출연이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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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주나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