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조장일까 자존감 높이기일까.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렛미인5'에서는 가족으로부터 외면 받고, 안면 비대칭으로 고통 받는 스무 살 남녀의 사연이 공개됐다. 후보들의 사연을 듣고 상담 후 메이크오버가 진행됐으며, 시즌 첫 번째 '렛미남'이 된 이태범 씨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태범 씨는 심각한 안면 비대칭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특히 가족들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더욱 소극적인 성격이 됐고, 결국 심리 상담과 내면 치료를 거듭한 끝에 안면 비대칭 치료를 위한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좀 더 부드러운 인상을 위해 눈 수술을 진행하며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외모와 함께 성격까지 바뀌어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사연의 주인공 서지은 씨 역시 가족, 그 중에서도 특히 아빠의 폭언과 폭행, 외모 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진은 씨 역시 안면 비대칭과 딸을 싫어하는 아빠로 인해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상황. '렛미인5' 닥터들은 서지은 씨를 렛미인으로 성정하지 않았고, 가족들과 함께 내면 치료가 먼저 진행돼야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서지은 씨와 제작진은 아버지를 설득해 함께 치료를 받으며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했다.
'렛미인'은 외모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국내 최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다. 한의원, 치과, 내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바디 클리닉, 성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지원자들의 변신을 돕는다.
첫 방송 이후 어김없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성형수술을 조장한다는 논란과 함께 치료성형과 미용성형을 동시에 진행하며 "자존감을 높이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특히 1회에서 '렛미인'으로 선정된 고수빈 씨에 대해 탈모 고민 외적으로 미용 성형이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5일 '렛미인5'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성형수술을 이용한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으로서 논란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꼬리표일 수 있다. 이 논란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렛미인' 시즌을 지속시키는데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의 자극성에 대해서 따지고 보면 당연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사례자의 사연을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으로, 이슈 만들기 면에서는 꽤 효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연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가 지나쳐 보일 정도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반응도 많다.
앞서 프로그램 관계자는 "표현 방식과 자막 등 제작 과정에서 사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사례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이를 대하는 MC와 패널들의 태도는 여전히 자극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치료성형과 미용성형이 함께 진행된다는 면에서 성형 조장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치료성형을 기반으로 사례자의 선택에 따라 미용성형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시청자를 납득시킬 명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어째든 '렛미인5'가 사례자들의 자신감,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회 등장했던 탈모를 고민하던 20대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다. 또 이번 회에서 안면 비대칭으로 생활이 힘들었던 스무 살 소년에게도 새로운 삶을 줬다(적어도 방송에서 공개된 이들은 자신들의 변화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두 사례자들이 내면치료를 먼저 받고, 단순히 성형수술이 아닌 심리적인 안정과 성취까지 달성하게 만들면서 한 발짝 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가깝게 간 모습이다.
매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렛미인5'. 이번에는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성형 조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존감 높이기'라는 기획의도가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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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