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로서는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 강정호(28, 피츠버그)가 기대 이상의 성적과 함께 순항하고 있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나름대로의 장점도 발휘하며 몸값 이상의 공헌도를 과시 중이다. 류현진(LA 다저스)에 이어 한국야구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강정호는 11일(이하 한국시간)까지 44경기(선발 32경기)에서 타율 2할8푼, 출루율 3할5푼1리, 장타율 4할9리, OPS(출루율+장타율) 0.760의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성적은 피츠버그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이다. 130타수 이상을 소화한 피츠버그의 9명 선수 중 OPS는 5위다. 간판타자 중 하나인 닐 워커(0.707)나 지난해 올스타였던 조시 해리슨(0.685)보다도 높고 주전 유격수였던 조디 머서(0.567)와는 큰 차이가 난다.
화끈한 장타를 뿜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일단 언제든지 안타를 때릴 수 있는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며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수비와 주루에서도 괜찮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수비에서는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고 주루에서는 빠르지는 않지만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현지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종합하면 강정호의 초반 활약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한국야구의 위상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등 ‘MLB 직행’ 메이저리그 1세대 선수들이 MLB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렸다면, 류현진 강정호라는 ‘KBO 경유’ 2세대 선수들이 한국야구의 근본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류현진은 “몸값이 비싸다”라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2년간 28승을 거두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고 강정호는 “일본 선수들도 실패했는데 성공할 수 있겠느냐”라는 시선을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강정호의 활약이 KBO 리그의 야수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봤는데, 몸도 좋고 타격과 수비 그리고 베이스러닝까지 되는 모습에 놀랐을 것”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김 감독은 강정호의 책임감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다음에 MLB에 진출할 야수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 보이더라. 한국야구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뛰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실제 류현진의 성공 이후 MLB 스카우트들은 한국무대의 에이스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김광현(SK) 양현종(KIA)이 포스팅 절차를 밟기도 했다. 비록 진출은 하지 못했지만 이들에 입찰한 팀이 있었다. 최근에는 강정호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MLB 스카우트들이 ‘힘들다’라고 여겨졌던 야수들까지 리스트에 넣고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박병호(넥센)은 가장 유력한 다음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강정호가 한국야구에 대한 인식을 또 한 번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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