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3년 전 구입한 한남동 건물로 인해서 엉뚱한 송사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법대로 하자니 연예인 갑질이고 합의해 해결하자니 산 너머 산이다.
싸이는 최근 "건물 구입한지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정말 지친다. 이젠 건물을 팔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주변에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건물 매도조차 사실상 어려운 사정이라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 한남동 싸이 건물 구입에서 소송까지 *
문제의 싸이 건물은 서울 용산 한남동에 위치하고 있다. 3년전 싸이가 십 수년간 가수활동을 통해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구입한 부동산이었지만 애물단지로 변한지 오래다.
당초 싸이는 해당 건물을 구입하면서 전 건물주로부터 법원의 임차인 명도 승소 판결을 그대로 승계 받았고 지은 지 수십년된 건물을 헐고 재건축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페 주인 측이 가게를 비워달라는 싸이측 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또 다시 명도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소송과 상관없이 임차인 측과 싸이의 갈등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대표적인 연예인 갑질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새 앨범 준비 작업에 한창이던 싸이는 그동안 쌓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여론의 질타에 시달렸다.
하지만 싸이 갑질로 기울어진 여론과 달리 재판부는 명도 소송에서 싸이의 손을 들었다. 사건은 법원 강제 집행이 시행되기 직전의 위기 국면까지 치달았다. 그 때, 소속사 YG 양현석 대표프로듀서가 이태원을 찾아가 임차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싸이 건물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 YG 양현석 대표 중재로 강제 집행 위기 넘겨 *
싸이 측 정경석 변호사에 따르면 양 대표는 '법원의 강제 집행보다는 임차인들이 자발적으로 이사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강제 집행 전날 회동에서 임차인들에게 합의금 2억원을 제시했다. 이로써 다음날 아침 강행될 예정이었던 법원 강제 집행이란 최악의 순간은 모면했다.
이같은 협의에는 임차인 편에서 영세상인의 보호를 위해 나섰던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상모)와 대책위도 의견을 함께 나눴다는 게 정 변호사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맘상모 측은 13일 오후 기자와 전화 취재 연결이 되지 않았지만 어렵게 연결된 당시 임차인 측 A변호인은 기자와 통화에서 "양 측 합의과정에는 맘상모와 대책위도 함께 했고 거기서 결정된 내용들을 갖고 양 측 변호인들이 서류작업을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싸이 측의 기대와 달리 양대표가 나선 뒤에도 합의는 쉽지 않았다. 카페 측의 요구 조건은 양대표가 제시한 2억원에 비해 다섯 배 가까운 금액이었다고 했다. 이는 양측이 주고받은 문자와 메일로 증빙 자료를 정 변호사가 확보하고 있다.
첫 만남을 가진 당일 카페 측이 양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로 제시한 조건은 정신적 피해액 5억원 등을 합쳐 모두 10억원에 달했다는 것. 정경석 변호사는 "사실 건물주가 일반인이었다면 아무 문제 없이 법대로 집행하면 되는 일인데 이번 일은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이 거꾸로 작용한 것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YG 소속 가수라는 점을 떠나서 오랫동안 친형제처럼 지내온 싸이의 일이기에 양 대표는 이번 건물 논란이 조용히 해결되게 하려는 노력을 포기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3년만에 컴백하는 완전체 빅뱅의 앨범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가장 바쁜 시기였지만 한 달여를 중재에 나섰다.
* 10억원대 임차인 측 보상액 요구, 3억5천만원 협의 끝내 불발?*
정 변호사에 따르면 양 대표는 임차인들 뿐 아니라 맘상모와 대책위 사람들을 직접 만나 중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긴 협의 끝에 합의금 3억 5천 만원(보증금 5천만원 포함)으로 최종 협의를 마쳤다. 재건축을 미루고 임대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달라는 카페 측의 의견도 수용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양 측 변호사는 '금액 등에서 모두 합의가 끝났고 서로간에 진행되던 쌍방 소송의 취하 문제등은 조율되지 못했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 민사21단독(부장판사 신헌석) 재판정에서 열린 싸이와 임차인 간의 건물 인도청구 및 부당이익금 관련 변론에 임차인 측이 불참하고 담당 변호사를 해임하면서 모든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마포경찰서에 YG 사옥 앞에서의 한 달간 집회 허가 신청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싸이 측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임차인 측으로부터 갑자기 해임통보를 받은 A변호사 또한 "황당할 뿐이다.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변호사 생활 10여년을 애써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다. 그래도 (제가)변호를 담당했던 일이니 말을 아낄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물주인 싸이와 한 달간 중재 역할을 맡았던 양 대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소송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임차인 측도 최근에는 이렇다할 입장 표명을 내놓지 않았고 "싸이의 합의 노력을 존중한다"고 했던 맘상모도 마찬가지. 기자의 취재는 주로 양쪽 변호사를 통해 이뤄지던 상황에서 임차인 측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해임하면서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다. A변호사는 '(도의상)임차인 쪽 연락처를 가르쳐줄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재건축을 앞두고 논란의 카페를 제외한 나머지 4개층 임차인들은 오래 전에 건물을 비운 상황이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