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감독으로 활약하더니, 미술로 그림 실력을 자랑했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퀄리티 높은 앨범을 발매한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원조 얼짱’으로 불리던 배우 구혜선의 아티스트적인 행보가 꽤나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먼저 묻고 싶었던 것은 ‘왜’ 였다. 무엇이 그의 손에 메가폰과 붓, 그리고 마이크를 쥐게 한 걸까. 거창한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즐겁기 위해서”라는 것. 여기에 “에너지가 많다”는 말이 더해졌다.
“즐겁기 위해 애쓰는 거 같아요. 통제와 억압이 있는 상황에서 뭔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돌파구 같은 거였죠.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고 에너지가 많기도 했어요. 벌여놓고 뒤돌아보면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일단 작업할 때만큼은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림을 그리고 곡을 쓸 때는 ‘깡다구’가 생긴다는 말이 특히 흥미로웠다.
“영화나 연기는 공동 작업이기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고, 행여 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위축이 되고는 하죠. 그런데 곡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롯이 저 혼자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깡다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는 집요해지고, 음악을 할 때는 넉넉해진단다. 이번 앨범에는 그런 넉넉함이 좀 더 여유롭게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12일 정오 발매한 뉴에이지 앨범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는 계절과 인생의 쓸쓸함이 담겼다. 구혜선이 감독한 두 번째 장편영화 '복숭아 나무' OST인 '복숭아 나무'와 '북극의 연인'을 비롯해 '나의 연인' '달빛' '여름날' '안녕' 등이 실렸다. 그는 앨범을 건네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6년 만에 나온 앨범인데, 사실 곡들은 거의 2~3년 전에 썼던 것들이에요. 그간 썼던 곡들을 모아 정리하는 느낌으로 만들었죠. 직접 뮤직비디오도 연출하고 찍었어요. 앨범 재킷 사진도 집에서 혼자 찍은 거고요. 공을 많이 들였어요. 계절이야기가 많이 담겼는데, 자연 안에서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미술과 음악이 본업인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모두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기에, ‘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거 같다’는 대답을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구혜선은 좀 더 깊이 음악과 미술에 빠져있었다.
“점점 할수록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물론 있겠지만 빠져들수록 전혀 다른 영역이고, 다른 색깔이더라고요.”
이번 앨범으로 어떤 성적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들어만 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음악은 많은 분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음악을 통해 많은 분들과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가수로서의 어떤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혜선이 이런 음악을 만들었구나’라고 알아주시고, 들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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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