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중의 갑으로 보였던 톱스타 신디. 하지만 도도했던 그도 버림을 받으면 끝이나 버리는 상품이었다. ‘프로듀사’ 아이유가 보여줬던 먹먹한 3분 소감은 시스템에 의해 탄생된 후, 쓸모가 없을 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고충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는 신디(아이유 분)가 ‘뮤직뱅크’ 상반기 결산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소감을 밝히는 장면이 그려졌다.
보통 신디는 “감사하다” 한 마디로 소감을 끝내는 도도한 스타. 하지만 이날 그는 마이크를 오래도록 잡은 채 놓지 못했다. 어쩌면 마지막이라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 “오늘 이 상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다. 제가 참 감사한 분들이 많은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그분들께 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그는 핑키포 멤버들과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어 신디는 “‘뮤직뱅크’ 탁예진 PD님 제가 실수 많이 했는데 앞에서 툴툴거리면서도 뒤에서 챙겨주시고 정말 감사했다”라고 예진(공효진 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예진과 신디는 ‘뮤직뱅크’의 의상 문제로 다툰 바 있었지만, 신디의 잠수를 도와준 계기로 우정을 나누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예진은 이날 변대표(나영희 분)가 “제2의 신디”라며 신인가수의 무대에 신경을 써 달라 부탁하자 “오늘 나한테 가장 크고 주요한 무대는, 제일 정성과 마음을 쏟아부을 무대는 제2의 신디가 아니라, 그냥 신디의 무대다”라며 신디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디의 소감은 예진이 승찬(김수현 분)에게 “자르라”고 지시할 정도로 길게 계속됐다. 신디의 소감을 지켜보던 승찬은 ‘끊어 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마지막으로, 제가 빗속에 혼자 서있을 때 우산이 돼 준 그분께 감사하다고, 덕분에 정말 따뜻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신디의 소감을 듣고 멈춰 섰다.
도도했던 신디의 절절한 소감은 곧 소속사에서 만들어내는 ‘제2의 신디’에게 밀릴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그의 두려움 혹은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전히 신디는 톱 가수지만, 올라온 만큼 내려갈 길도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자신 역시 ‘제2의유나’에서 톱가수 신디가 된 것처럼, 누군가도 ‘제2의신디’라는 이름을 밟고 올라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
‘프로듀사’가 러브라인을 부각하면서도,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그저 공허하게 끝나지 않을 이유는 이 같은 현장감 때문이다. 방송계의 현실과 애환, 러브라인을 한 그릇에 예쁘게 담아내고자 하는 이 드라마의 노력은 아이유의 3분 소감에서 여실히 드러나 감동을 줬다.
한편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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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