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진짜 사나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가 오늘(14일) 해군 해난구조대(SSU) 특집을 마무리 짓는다. 이번 SSU 특집은 이 프로그램이 2013년 4월 첫 방송 이래 ‘역대급’으로 꼽힐 만큼 강도 높은 지옥 훈련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무는 멤버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SSU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임원희, 김영철, 조동혁, 정겨운, 이규한, 샘킴, 샘 오취리, 슬리피, 줄리엔강, 한상진이었다. 샘 오취리는 물 공포증으로 입소하지 못했고, 한상진은 압력내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퇴교했다. 조동혁, 이규한, 샘킴은 훈련 중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퇴교 절차를 밟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쉬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버티다가 버티다가 아쉬운 눈물을 보이며 SSU를 나왔다.
남은 이들이 사람을 구하는 심해잠수사로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난의 훈련을 받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짠했다.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행보로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 자체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시청자들까지 돌려세우게 만들었다. 지난 달 17일 첫 회가 방송된 후 14일까지 5회에 걸쳐 구성된 SSU 특집에서 울지 않고 버틸 수 없었던 순간을 꼽았다.
# 포기를 모르는 남자, 근성의 사나이 슬리피
슬리피는 이번 SSU 특집을 통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누가 봐도 약골인데 포기하지 않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는 슬리피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속절 없이 눈물이 나왔다. 체력적 한계에 다다라서 눈이 풀릴 때까지 체조를 해도 멈추지 않았고, 마스크 적응 훈련에서는 코로 숨을 쉬는 법을 찾지 않아 헛것이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침을 질질 흘리고, 부들부들 손을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포기 하지 않습니다”를 외쳐대는 슬리피의 독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물 밖에 나와 저체온증으로 힘겨워하면서도 훈련을 강행하며 슬리피와 좀비의 합성어인 ‘슬좀비’라는 별명을 추가했다. 사실 슬리피는 SSU 도전 중 중도 포기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1순위 후보로 예측됐다. 그동안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였기에 이 같은 인간 승리 반전 드라마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 가슴에 콕 박힌 한 마디, 의지박약
포기를 해도 되는 이해가 됐다. 다리 근육통의 고통은 수중 훈련에서 집중력을 흐트렸다. 이규한이 그랬다. 이규한은 체조를 하다가 근육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지옥 체조를 반복했고, 결국 수중 훈련에서 탈이 났다. 항상 열심히 훈련을 받고 동기들의 피로를 씻어주기 위해 농담도 할 줄 아는 그였기에 스스로 퇴교를 하겠다 했을 때의 정신적인 고통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았다.
물 밖을 빠져 나와 훈련을 포기하고, 퇴교서에 자책하며 적은 한 마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다른 이유 없는 ‘의지박약’이라는 한 마디였다. 그는 “그냥 의지박약이다. 다른 핑계는 필요 없다. 다리의 고통까지 참을 수 있는 의지가 있었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신체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정신력이 없었다며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이규한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울리고 말았다.
# 고맙고 미안하다
이건 연타였다. 이규한의 자책에 울컥했던 시청자들은 김영철과 이규한의 포옹에 버틸 수가 없었다. 김영철은 이규한을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왔다. 그는 이규한을 위로하며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동기들을 놔두고 훈련을 그만둬야 하는 답답함을 애써 누르고 있던 이규한은 결국 울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절망이 가득한 이규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영철의 위로는 따뜻했고 보는 이들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언제나 묵묵한 모습을 보이던 이규한이었다. 그리고 성실하면서도 즐거운 군생활을 이끌 줄 아는 김영철이었다. 두 남자가 진한 동기애를 보여준 이 대목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김영철은 “이규한과 어제 같이 내려왔다”면서 “그 의미가 같이 올라간다는 것이었다”라고 먼저 떠나는 이규한이 얼마나 힘들어할 지 예상하며 따뜻하게 감쌌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 부들부들 바닥을 부여잡는 애처로운 손
노장 투혼이었다. 20대 젊은 사람들도 50% 이상 탈락한다는 SSU였다. 임원희는 떨어지는 체력을 높은 정신력으로 채웠다. 매 순간이 위기였고 그가 퇴교 선언을 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의지는 강인한데 신체 나이는 어쩔 수 없었다. 언제나 고개를 숙였어야 했고 재도전이 반복됐다.
어떻게든 1분 숨참기를 위해 여러 번 물에 몸을 담그는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물에서 빠져나오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영장 바닥을 부여잡는 임원희의 끈기는 감동적이었다. 그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물 속에서 벌어지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사투는 눈물이 핑 돌게 만들었다. 가장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훈련을 게을리 받거나, 특별 대우를 바라는 것은 의지의 사나이 임원희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 정겨운·줄리엔강, 두 에이스의 책임감
힘든 훈련을 상대적으로 척척 소화해낸다고 해서 감동이 덜한 게 아니다. SSU 특집에서 에이스 병사로 떠오른 정겨운과 줄리엔강은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느라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퍼렇게 남은 허벅지 멍과 코에서 줄줄 피가 흘렀던 정겨운의 모습만 봐도 그랬다. 다른 동기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실 때 이들은 어떻게든 성공해야 했다. 에이스 병사로서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일단 기대치가 높았고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갔어야 했다.
이쯤 되면 포기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순간 두 사람은 언제나 성공을 이뤘다. 감격스러워하는 이들의 표정, 그리고 동기들이 하나둘 떠날 때 눈빛에 담긴 안타까운 감정은 짠하기 그지 없었다. 훈련할 땐 ‘상남자’ 그 자체인데, 동기들과의 이별에 애처로운 ‘순둥이 눈빛’을 보이는 두 남자의 모습은 SSU 도전의 진정성 높은 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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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