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메르스 다룬 공익성, 역시 작가주의 예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14 07: 38

‘무한도전’이 메르스 감염 확산 속 유치원생들도 알지만 정작 실천이 쉽지 않은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년 만에 돌아온 ‘무한 뉴스’를 통해 불현듯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한 것. 장난처럼 이뤄졌지만 웃음에 담겨 있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즐거운 공익성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방콕 포상휴가를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과 3년 만에 돌아온 ‘무한 뉴스’로 꾸려졌다. ‘무한 뉴스’ 중 메르스 예방에 대한 언급은 5분 남짓이었지만 강렬했다.
일단 정부의 미숙했던 대응을 살짝 건드렸다. 유재석은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라고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는 주의 사항으로 온국민을 공분하게 한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연상하게 하는 말을 했다. 박명수는 “낙타를 어디서 봐. 박쥐를 어디서 봐. 피부에 와닿는 얘기를 해라”라며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유재석은 “중요한 이야기다. 수분 섭취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청결 유지를 해야 한다”라고 손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멤버들이 화장실에서 손을 제대로 씻는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지켜봤다. 누구나 손을 잘 씻는다고 하나, 잘 실천하지 않는 대목을 꼬집은 것. 이는 지난 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을 때 운전 안전속도를 잘 지키는지 알아본 몰래 카메라와 동일한 맥락이었다.
불확실한 정보의 확산, 미숙한 정부 대응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기본 중에 기본인 ‘손씻기’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 사실 ‘무한도전’은 공익성 추구에 있어서 고루한 방식을 띠지 않는다. 그래서 잠깐의 ‘건드림’이었지만 ‘무한도전’의 메르스 감염 예방법은 파급력이 컸다. 즐거운 공익성이었다.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오류에 빠지기 쉬운 ‘무지몽매한 시청자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곤 한다.
이번 메르스 감염 예방법인 손씻기 역시 마찬가지다. 6살 유치원생들도 아는 청결 유지법이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지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꼼꼼한 손씻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같은 날카로운 시의성은 재미와 함께 공익성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이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이는 이 프로그램을 10년간 이끈 김태호 PD의 의지이기도 하다. 즐거운 공익성 추구는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이자 기획 의도다. 마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론 크나큰 감동을 선사하며,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고, 큰 사랑을 기부로 보답하기도 하는 ‘무한도전’만의 의미 있는 색깔이다.
이는 김태호 PD를 비롯한 MBC 제작진이 ‘무한도전’을 지난 10년간 작가주의 예능으로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의미 있는 행보에 열렬한 팬덤이 끝없는 지지를 보내며 선순환이 이뤄졌다. 단순히 웃기는 예능을 넘어선 이 프로그램의 의미 있는 영역 확장은 팬덤을 양산하는 힘이자, 이 같은 팬덤이 있기에 영역 확장이 가능한 측면도 있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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