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연구를 하듯 드립(농담) 연구하고 들어와달라는 백종원의 투정은 의미심장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말 한 마디로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예능 고수 네티즌’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할 듯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참신한 농담을 건넬 수 있는 네티즌을 찾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요리 강습을 하는 백종원이 압도적인 수치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백종원의 네티즌과의 귀여운 신경전. 평소에도 발생하는 일인데 이날 만큼은 의미심장했다. 제작진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
백종원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네티즌의 사과 요구를 비롯한 농담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며 소통의 미학을 보여줬다. 별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실수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과 입씨름을 벌이는 백종원이 웃음을 안겼던 것.
다만 이 같은 사과 요구는 방송이 거듭되면서 다소 반복되는 웃음 형성 장치가 된 게 문제였다. 시도 때도 없이 사과를 요구하고, 뒤에 귀신이 있다고 말을 하거나, 무슨 말을 해도 ‘단독’을 붙이는 인터넷에서 익숙한 풍경이 댓글로 쏟아졌다. 이미 방송에서 수차례 보였던 농담은 신선한 재미가 될 수는 없을 터다. 모든 예능프로그램이 그러하듯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이 같은 반복되는 ‘백종원 놀려먹기’ 과정이 다소 재미가 떨어진 게 사실.
무엇보다도 백종원에게 농담을 건네는 네티즌의 댓글 형태가 지금까지 방송에 나왔던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오죽하면 백종원은 고기 500g을 500kg으로 바꿔서 놀려대고 콩기름을 콧기름으로 말하는 네티즌에게 “내가 일주일 동안 요리를 연구하듯 우리 방에 들어올 때 드립 좀 연구를 하고 들어와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숫자를 말도 안 되게 거대하게 만들어 놀리는 방식 역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농담이었다.
제작진 역시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래서 백종원의 말 한 마디에 참신한 농담을 하라는 대다수의 네티즌의 반응을 방송으로 과감히 내보냈다. 어떻게 보면 ‘예능 고수’들의 참여가 늘어나길 바라는 제작진의 숨은 의도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있어서 재치 있는 네티즌의 존재는 중요하다.
결국 제작진은 댓글이 재미없다는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의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끄집어내서 재밌는 댓글 참여를 유도하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강수가 신의 한 수가 될지, 그럼에도 여전히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게 어려울지는 지켜볼 문제다. 일단 모른 척 넘길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최대 강점인 소통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도는 다시 한 번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제대로 작정한 제작진의 위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자신감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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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