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남자주인공의 활약이 필요하다. 또 다른 주인공 이상엽이 온갖 방해 속에서도 채수빈과 함께 달달하고 애절한 로맨스를 그려내 로맨스를 담당하고 있다면, 또 다른 주인공 이준혁은 과거의 얽혀있는 고리를 파헤치고, 아버지의 복수를 준비해 가야한다. 필요한 것은 빠른 두뇌 회전과 상황 판단력. 적은 이미 함정을 파고 여러 번 그를 곤경에 빠트렸는데도 아무 것도 알아채지 못한 ‘파랑새의 집’ 이준혁의 모습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에서는 태수(천호진 분)에게 미국 발령 제안을 받는 지완(이준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태수는 지완을 회사에서 쫓아내는 데 실패했다. 그는 일부러 지완으로 하여금 회사의 중요한 제품설계도를 잃어버리게 만들었지만, “제품설계도가 유출된 게 사실이냐?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투자자의 압박으로 인해 한 발 물러서야했다. 자신이 숨겼던 설계도를 들고 지완의 해고를 논하는 위원회 자리에 들어와 울며 겨자먹기로 지완의 해고를 막아낸 태수는 겉으로는 인자한 아버지의 친구처럼 굴었지만, 속으로는 또 다시 머리를 굴렸다.
지완 쫓아내기에 실패한 태수는 역시 또 한 번의 계략을 준비했다. 지완이 서미진(엄현경 분) 대리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을 동시에 미국지사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 지완이 서울이 아닌 외국에 연인과 함께 가 있는 다면, 자신을 의심할 시간을 빼앗을 뿐 아니라 과거 행적을 지우고 대비하는데도 용이한 상황이 될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태수는 적절한 실수(?)를 해주며 지완에게 틈을 보였다. 지완과 함께 술을 마시며 그에게 미국 발령을 제안했던 그는 만취한 나머지 지완을 상준이라 착각, “상준아, 이제 가주면 안 되겠느냐”고 중얼거렸다. 지완은 태수의 입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이를 주목했고, “가 달라”는 내용에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이 지완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완은 어른들의 계략과 비밀 속에서 이를 밝혀내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중심 캐릭터. 그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과거를 파헤치고, 태수와 맞선다면 상황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기에 조금 더 적극적인 활약을 바라는 것이다.
동생은 출생을 비밀을 품은 채 자신의 친구와 연애를 하고 있고, 엄마 선희(최명길 분)는 은수(채수빈 분)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시한폭탄 같은 은수의 친엄마 정애(김혜선 분)를 막아내고 있는 상황. 여전히 미진과의 연애에만 갇혀 있는 장남은 이날 방송 말미 활약의 기회를 얻었다. 선희와 정애가 다투고 있는 모습을 발견, 정애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 과연 지완은 정애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이후 그는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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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