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수사’ 김윤석, “범인 늘 사이코패스, 수사물 다양해져야” [인터뷰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5 07: 00

배우 김윤석은 충무로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배우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라는 명대사를 남긴 ‘타짜’(2006)부터 ‘황해’(2010) ‘화이’(2013) ‘해무’(2014) 등 ‘센’ 캐릭터로 무시무시한 화면 장악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완득이’(2011) ‘남쪽으로 튀어’(2012) ‘거북이 달린다’(2009) ‘쎄시봉’(2015) 등을 통해 어깨에 힘을 뺀 느긋함을 보여줬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연출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는 그 중간 지점에 있다. 그가 맡은 공길용 형사는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 소신 있는 수사를 펼치는 인물이다. 용의자를 쫓는 집요함이나 후반부 감질맛 나는 액션에서 특유의 카리스마가 발산되지만, 전반적으론 따뜻한 인간미가 돋보인다. 방바닥에 누워 TV를 보며 발의 굳은살을 만지던 손으로 과자를 집어 먹는 친근함이 있다. 
동시에 지금껏 김윤석이 맡은 캐릭터 중 가장 평범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를 움직이는 힘이며,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하는 형사다. 기존 캐릭터들이 보여준 광기 어린 모습이나 괴짜 같은 면모는 없다. 적당히 고집불통이고 적당히 융통성 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중년남자다. 공 형사의 그런 평범함이 김윤석을 ‘극비수사’로 이끌었다.

“‘강렬하다’고 표현되는 전작들이 생존에 대한 영화였다면, ‘극비수사’는 생활에 대한 영화다. 공길용은 초인적인 형사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소신을 가지고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사건에 임한다. 로또를 맞은 건 아니지만, 값진 삶을 살아간다. 그 점이 좋았다.”
이처럼 ‘극비수사’의 담백함은 김윤석을 사로잡았다. ‘극비수사’란 제목에서 하드보일드 스릴러가 떠오르지만, 영화는 드라마에 가깝다. 소재가 된 실제 유괴사건 보다는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공 형사와 김 도사(유해진), 두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췄다.
“같은 수사물이어도 ‘극비수사’는 이를 비틀어서 표현을 넓혔다. 요즘 범인들은 다 사이코패스이지 않나. 장르의 공식을 똑같이 써먹으면 시종일관 똑같다. 그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충무로에 스릴러 붐의 시초가 된 작품이자 김윤석을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이 바로 ‘추격자’(2008)다. 이후 ‘추격자’와 비슷한 스릴러 혹은 수사물이 여럿 양산되면서,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장르적인 특성을 외향적으로 강요한 영화가 상업적인 성과를 이룰 수도 있지만, 속이 빈 공허함을 줄 수도 있다. 좀 더 성실한 시나리오, 즉 드라마와 캐릭터를 가지고 승부를 걸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 그게 축적이 돼야 점점 내용이 있는 작품들이 나온다. 그런 목마름이 있다.”
김윤석이란 배우의 소신도 궁금했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보다 시나리오”라며 “캐릭터가 상업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꼭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작품”이 그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그런 작품들이 쌓여 훗날 돌아봤을 때 다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팬들에게 팬레터를 받았다는 말에 해외 진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감독들의 해외 진출이 우선으로 꼽았다. 동양 배우들이 악역이나 액션 배우로 소비되는 경향을 경계하며, 먼저 아시아권 감독이 자신의 개성을 발휘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운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극비수사’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인 희망을 말했다. 
“싸울 것이 많다. 외화도 있고, 이것저것 많다. 이제 한국영화가 한방 치고 나가야 하는 타이밍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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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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