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은 ‘부산 남자’다. 태어난 곳은 충북이지만,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 부산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부산 사투리를 선보이는 것은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연출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가 처음이다. 억세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그의 사투리가 신선하게 들린다.
그는 ‘극비수사’에서 형사 공길용 역을 맡았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당당히 ‘노’(NO)라고 외치는 인물이다. 모두 유괴된 아이가 이미 죽었다고 체념할 때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뚜렷한 소신이 김윤석과 닮은꼴이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따뜻한 속내를 지닌 ‘부산 남자’라는 점이다. ‘극비수사’의 소재가 된 실제 유괴사건은 1970년 대 후반 김윤석이 자란 부산 서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초등학생으로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그는 “유괴가 빈번했다. 나 역시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곽경택 감독 역시 그곳 출신이란 점에서 놀라운 인연이었다.
“시나리오를 두 페이지 넘기고 그 사건임을 바로 알았다. 곽 감독님과 많은 인연이 겹치는데, 그것치곤 굉장히 늦게 만났다. 곽 감독님의 전작인 ‘친구’ 시리즈처럼 남성성 강한 건달들의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데, ‘극비수사’도 그랬다면 못 만났을 것 같다. 이제 하드보일드 액션을 하기엔 나이가 있다.(웃음) 그 부분은 후배들에게 넘겨줄 때다.”
그의 말대로 ‘극비수사’는 수사물이지만,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 드라마다. 공 형사도 마찬가지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 아들과 칼싸움을 하는 식이다. 흘러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김윤석은 “아이들에게 연기 지도를 특별히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들어낸 장면들 중에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윤석과 유해진(김중산 도사 역)의 호흡이다. 연기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두 남자가 보여주는 합이 일품이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 소속으로, 매우 가까운 선후배 사이다. 유해진을 두고 “여자 앞에서만 늘 외롭다고 말한다”고 폭로(?)할 정도다.
“유해진과 ‘타짜’(2006), ‘전우치’(2009)에 함께 출연했다. 극중 매번 나를 만나자 마자 봉변을 당했다. (웃음) 인간 대 인간으로 동등하게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진이 올 초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 편’ 이후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점에 대해 10년 지기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윤석은 “10년 동안 여자에게 인기가 없던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려 깊고 순발력 좋은 남자를 어떤 여자가 싫어하겠냐”고 덧붙였다. 두 사람 사이의 진한 우정이 전해졌다.
실제 두 딸을 둔 김윤석에게 유괴사건이란 소재는 어떻게 다가갔을까. 그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두 딸 아이의 아빠로서, 실제 사건이 좋지 않은 결과였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 부모로서 그런 영화나 결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해피엔딩이었다. 결말이 노출된 시나리오라 싱거울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용을 보면 결과와 상관없이 상당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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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