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이야기 전개를 보이고 있다. 극중 작가를 꿈꾸는 경수진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 대본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 했지만, ‘파랑새의 집’은 경수진에 훈계했던 베테랑 작가의 말과는 달리 보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지난 14일 방송된 ‘파랑새의 집’에서는 작가 입봉을 하는 영주(경수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주는 자신의 대본에 베테랑 작가가 투입돼 많은 부분이 수정되자 자존심이 상했지만, 결과물을 보고서는 자신의 재능이 없음을 직시하는 것과 동시에 어려워진 가정 형편에 마냥 꿈을 쫒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영주는 대본을 8번 수정했지만, 베테랑 작가가 일주일 만에 완전히 다른 대본을 내놓자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것. 영주는 자신이 정말 전하고 싶던 메시지가 드러난 것으로 만족하고 이제 꿈 대신 현실을 따라 가기로 결정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영주의 대본을 대폭 수정한 작가는 영주의 대본을 보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게 좋다. 짠하고 아픈 느낌을 살리려면 이미지로만 처리할 게 아니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의도가 분명한 신을 왜 몽타주로 애매하게 만드냐, 확실한 게 낫다”는 등의 조언을 건넸다. 이로써 영주의 대본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는 가슴 따뜻한 단막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파랑새의 집’은 시청자가 원하는 지완(이준혁 분)의 활약과 그의 의중이 좀처럼 명쾌하게 그려지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지완은 죽은 아버지 상준의 비밀에 다가설 듯 다가서지 못하며 태수(천호진 분)의 손바닥 위에서 이러 저리 휘둘리고 있어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완은 어머니 선희(최명길 분)가 필사적으로 나서 은수(채수빈 분)의 친어머니 정애(김혜선 분)와 맞설 때 곁에서 말상대를 하거나, 현도(이상엽 분)와 은수의 험난한 러브라인에 갈등을 더하거나 도움을 주는 애매모호한 위치에 서 있다.
‘파랑새의 집’은 극 초반부터 태수가 죽은 상준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지완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상준에게 열등감이 있는 태수는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완과 그의 가족을 괴롭히는 중. 이에 지완의 통쾌한 반격이 매회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지완은 누군가 자신을 매번 함정에 빠뜨린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 지완은 태수가 파놓은 해외지사 발령이라는 함정에도 가지 않겠다고 버티더니 곧 사랑하는 미진(엄현경 분)을 따라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으로 그의 감정선에 혼란을 가중하면서, 그가 과연 태수의 악행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 알아차릴 수는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웠다.
‘파랑새의 집’은 20%대 초중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이는 주말극 1위 성적. ‘파랑새의 집’이 채널을 고정한 많은 시청자를 수긍하게 할 이야기 전개를 보일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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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