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극본 김아정, 연출 박용순, 이하 이혼변혼사)이 지난 14일 종영을 맞이했다. 절반의 해피엔딩이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지만, 드라마는 ‘애국가 시청률’를 기록했다. 천편일률적인 주말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기획의도였지만, 안타깝게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 조미료 팍팍, 강력한 라이벌들
대부분 주말드라마는 가족극을 표방한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재벌 등 자극적인 요소가 추가돼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현재 높은 시청률 기록하고 있는 KBS 2TV '파랑새의 집'이나 MBC '여자를 울려', 동시간대 방송되는 '여왕의 꽃' 모두 마찬가지다. 두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비교적 아기자기하게 담아낸 ‘이혼변호사’가 이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이혼변호사’가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내민 카드는 매회 인물들이 맡은 사건이었다. 여타 주말드라처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혼 사례가 펼쳐졌지만, 인물들의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엔 다소 싱거웠다. 연장이 결정되면서 후반부 전개가 늘어진 것도 한몫했다.
# 로맨스 코미디, 외면의 시대
시청자들이 달라졌다. ‘이혼변호사’의 완성도와 별개로 정통 로맨틱 코미디가 시청자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청률 부진은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도 마찬가지다. 유연석, 강소라 등 ‘대세’ 스타들이 주연을, ‘미남이시네요’(2009) ‘최고의 사랑’(2011) 등 로맨틱 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인 홍자매가 집필을 맡았지만 영 시원치 않다. tvN 드라마 ‘구여친클럽’은 아예 조기종영을 맞이했다.
근래 정통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성공을 거둔 작품은 손에 꼽힌다. MBC ‘킬미, 힐미’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정도다. 하지만 두 작품은 아동 학대나 혼전 임신 등 묵직한 주제를 바탕에 깔았다. 후반부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휘몰아치며 안방극장을 눈물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그와 비교해 ‘이혼변호사’는 나쁘지 않은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강력한 ‘무엇’이 없었다.
# 벗어나지 못한 전작의 여파
지난 4월 18일 첫 방송된 '이혼변호사'는 시청률 6.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다. MBC ‘여자를 울려’나 ‘여왕의 꽃’이 10% 중반 시청률로 출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후 ‘이혼변호사’는 4~5%대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반부에 들어 시청률은 점점 떨어졌다. 17회는 자체 최저 시청률인 3.2%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은 전작의 영향을 받는다. ‘이혼변호사’ 전작은 ‘내 마음 반짝반짝'으로, 저조한 시청률과 출연진 하차, 조기종영 등 불운이 잇따랐다. ‘내 마음 반짝반짝’에 앞서 ‘미녀의 탄생’ ‘끝없는 사랑’ ‘엔젤 아이즈’ 등 해당 시간대 SBS 주말드라마 잔혹사가 계속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드라마를 시청률로만 평가할 순 없다. ‘이혼 변호사’는 시청률 이상으로 좋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획의도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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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변호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