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다. 여자가 바란 것은 사랑 하나인데, 장애물이 너무 많다. 지질한 남편이 가장 큰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눈물로 호소하는 시어머니, 만만치 않은 예비 형님들, 연인의 망나니 아들까지. 이러니 그의 눈에게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의 주인공 정덕인(김정은)의 이야기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18회에서는 정덕인(김정은)에게 매달리는 황경철(인교진)의 만행이 이어졌다. 강회장(이순재)의 집을 찾아가 정덕인이 자신의 아내임을 알리려고자 행패를 부렸고,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남의 집 정원에 앉아 생떼를 썼다. 불륜 상대였던 강진희(한이서)에게 독한 말로 이별을 고한 뒤 본가로 돌아왔다. 분노하는 정덕인에게 “사랑한다”며 큰 소리쳤다. 어처구니 없는 풍경이었다.
이날 새롭게 떠오른 ‘짜증유발자’가 있었으니 강진우(송창의)의 아들 강윤서(한종영)였다. 초반부터 사사건건 정덕인과 갈등한 불량학생으로, 강윤서는 강진우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했다. 자신이 정덕인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란 고백이었다. 정덕인은 죽음의 원인을 단순한 교통사고로 알고 있었지만, 실은 강윤서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가다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반성은커녕 비웃는 강윤서의 얼굴에서 시청자들은 악마를 보았다.
강진우는 지금까지 지질한 황경철에게서 정덕인을 구원해준 ‘왕자님’이었다. 어수룩한 교사 같지만 재벌 집안 아들이었고, 아내를 먼저 보낸 상처가 있었다. “덕인씨를 위해서는 죽을 각오도 돼 있다”는 낯간지러운 말을 자연스럽게 할 만큼 로맨틱한 인물이었다. 그런 강진우가 정덕인의 아들의 죽음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아들의 죽음은 정덕인에게 불행의 시초와 마찬가지였으며, 그들을 막는 황경철에겐 좋은 핑계였다.
순탄하지 않은 여자의 삶을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하청옥 작가의 특기다. 전작인 ‘금 나와라 뚝딱!’(2013), ‘호박꽃 순정’(2010), ‘천하일색 박정금’(2008) 모두 그랬다. 출생의 비밀, 불륜, 어긋난 인연 등 이른바 '막장' 요소가 뒤섞인 통속극이지만, 그 안에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의 군상들을 지켜보며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반환점을 앞둔 ‘여자를 울려’는 강력한 ‘한방’으로 절정에 좀 더 가까워진 셈이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정덕인 역의 김정은도 눈여겨 볼만 하다. 3년 만에 돌아온 그는 미니시리즈가 아닌 주말드라마를 선택했다. 게다가 정덕인은 전형적인 주말드라마 여주인공이었다. 하지만 편견과 우려를 연기력으로 타파했다. 이날 18회에서도 애처로운 자신의 처지를 눈물로 표현했고, 몰입도 높은 그의 연기는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물론 향후 강진우와 강윤서 부자의 진실을 마주하고 더 많은 눈물을 흘릴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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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