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해줄 것 같은 믿음 가는 사람인데 입만 열면 무섭다. 배우 김미숙이 반전 있는 악녀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미숙은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 김민식)에서 박재준(윤박 분)의 엄마 마희라 역을 맡았다. 희라는 박태수(장용 분) 회장의 후처로, 본처의 아들 박민준(이종혁 분)이 회사를 물려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그의 앞길을 방해한다. 겉으로는 따뜻함을 지닌 듯하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이는 레나정(김성령 분)과 똑같이 야망 있는 여자다.
지난 14일 방송된 '여왕의 꽃' 28회를 통해서 마희라의 검은 속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희라와 절친한 후배 최혜진(장영남 분)은 레나정이 미혼모로 사생아를 낳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수소문 끝에 레나정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동기를 만나면서 그가 출산을 했었다는 정황을 잡아냈다.
희라는 애써 놀란 얼굴을 감추며 냉정하게 이성을 찾았다. 먼저 현재 사이가 틀어진 남편과 민준과의 갈등을 풀기로 했다. 자신을 100% 믿게 만든 뒤 레나정의 과거가 밝혀지면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고나서 친아들 재준을 반드시 TNC의 후계자로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레나정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그를 따르는 제자 이솔(이성경 분)의 귀에도 들어갔다. 레나정은 이솔에게 평소 남다른 정을 느껴왔기에 "널 본 순간 죽은 내 아이 같았다. 널 볼 때마다 가끔 그런 생각도 했다. 그 아이가 살았으면 이렇게 컸겠지, 이렇게 예쁘고 밝고 건강하게"라고 감정에 충실한 자기 고백적 진술을 했다. 진짜 딸에게 피붙이의 정을 느낀 것이다.
딸이 눈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레나정을 무너뜨리는 게 마희라의 계획. 향후 그의 의도대로 레나정의 과거가 밝혀진 다음에도 그가 민준과 살 수 있을지, 아니면 레나정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딸을 선택할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부드러운 말투와 따뜻한 눈빛을 가졌으면서 무섭게 탐욕을 드러내는 희라가 36년차 배우 김미숙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정 많은 어머니가 떠오르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면 악녀 마희라가 실제 인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연륜 깊은 배우 김미숙의 내공 덕분이리라.
이제 '그 아이'가 이솔이었다는 것을 밝혀내는 희라의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얼마나 더 추악하게 변할지, 그에 대항하는 레나정은 또 어떻게 방어할지 이들의 연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편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가 자신이 버린 딸과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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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