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겨울 청사진, 아무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6.15 10: 00

LG 트윈스의 지난주 4연승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NC와 마산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며 6월 반등을 이루는 듯했으나, 이후 세 번의 3연전서 루징시리즈로 다시 침몰했다. 15일 기준 LG의 시즌전적은 27승 36패 1무. 지난달 31일 이후 다시 5할 승률 ‘마이너스 9’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팀을 이끌어온 주축 야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게 결정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득점력만 비교하면 최근이 더 낫다. LG는 시즌 개막부터 2군이 대거 콜업된 5월 22일 사직 롯데전 이전까지 43경기서 평균 4.33점을 올렸다. 반면 5월 22일부터 지난 14일까지 21경기에선 평균 5.29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고투저 시대를 역행하는 득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점이다. 지난 두 시즌과 다르게 지키는 야구가 안 되고 있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87로 5위, 리그 평균인 4.81에도 못 미친다. 평균 이하의 마운드로 리그 하위권 공격력(팀 타율 2할5푼8리로 8위·RC/27로 본 경기당 득점 생산 4.59로 8위)을 가동하니 좋은 성적이 날 수가 없다.

원인은 간단하다. 2015시즌에 대한 준비와 전략이 어긋났다.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들어놓은 것들이 무용지물이 됐다. 외국인 선수 영입부터 잘못됐고, 스프링캠프서 기량이 성장할 것이라 믿었던 젊은 선수들도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 지난해보다 못한 전력으로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 190만 달러 듀오 고전...외인 잔혹사 반복
LG는 지난겨울 루카스 하렐과 90만 달러, 잭 한나한과는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2014시즌 외국인선수 영입 실패를 반성이라도 하듯, 통 큰 투자로 빅리그에서 상당한 커리어를 남긴 투수와 타자를 영입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LG는 루카스가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하고, 한나한이 3루를 철통같이 지키는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현재 루카스는 리그 최악의 외국인투수 중 한 명이다. 마운드 위에서 제구불안과 정서불안을 동시에 겪으며 경기당 평균 5이닝만 소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에선 수비시 백업 플레이를 망각했고, 보크로 실점하는 어이없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지난 5월 7일부터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한 한나한은 단 한 번도 3루수로 출장하지 않았다.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나오고 있는데, 3루 투입시점은 미정이다. 현재도 종아리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한나한의 3루 수비를 보는 것은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타석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는 있으나, LG가 한나한에게 바란 것은 3루수로서 공수 맹활약이었다.
▲ 베테랑 줄부상...144경기 적응 실패
올 시즌 팀 당 경기수는 144경기. 지난 두 시즌 128경기 체제보다 16경기 늘어났다. 경기수 증가와 더불어 10구단이 되면서 4일 휴식기도 없다.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경기 일정이 잡혀있다. 때문에 LG 베테랑 선수들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의 경우, 128경기를 뛸 때도 서로 체력을 안배,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그리고 휴식기를 100% 활용, 컨디션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올 시즌은 우려대로 LG 베테랑들에게 지옥의 마라톤이 되고 말았다. 한 베테랑 선수는 4월임에도 “이미 100경기 정도 치른 것 같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다”고 지친 모습이었다. 양상문 감독도 5월 중순 “예상보다 더 베테랑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크고 작은 부상도 많다. 대부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시한폭탄이 폭발했다. 5월 19일 이병규(9번)의 햄스트링 통증을 시작으로 손주인의 손등 골절, 이진영의 햄스트링 부상, 최경철의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나란히 터졌다. 정성훈의 3루수 복귀도 사실상 실패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이들의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우고는 있으나, 수비에선 차이가 크다. 이병규(9번)와 이진영이 빠지면서 해결사를 잃었고, 손주인과 최경철의 부재는 수비ㅍ약화로 이어졌다. 최근 LG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베테랑 선수들의 이탈로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 성장 더딘 젊은 선수들...지원군이 없다
스프링캠프 MVP를 수상한 최승준을 비롯해 김용의 채은성 문선재 임지섭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개막전 4번 타자로 깜짝 선발 출장한 최승준은 26타수 2안타로 부진하더니 지난 4월 9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그리고는 아직도 1군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김용의와 문선재의 외야수 전향은 팀에 다양성을 가져왔으나, 둘 다 타격에선 이전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채은성은 올 시즌 타율 2할4푼으로 지난해 콜업과 동시에 맹타를 휘둘렀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젊은 선수 중 2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양석환의 성장세가 제일 뚜렷하다.
가장 큰 판단 미스는 임지섭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임지섭을 꾸준히 1군 마운드에 올려 빠르게 성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임지섭은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았고, 지난달 21일 2군으로 내려갔다. 임지섭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선 불펜진이 조기 투입되곤 했고, 이는 마운드 전체의 체력저하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임지섭 5선발 프로젝트는 두 달도 버티지 못하고 종료됐다. 임지섭은 퓨처스리그서도 4경기를 소화하며 0승 1패 평균자책점 8.05로 고전 중이다.
▲ 전문성 부족한 프런트...과감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스카우트 입장에선 감독이 직접 외국인선수 스카우트에 나서주는 게 편하다. 몸값이 비싼 선수일수록 더 그렇다. 스카우트에게는 외국인선수의 부진이 곧 자신의 실패가 된다. 비싼 외국인선수 영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양상문 감독과 유지현 수비코치, 그리고 강상수 투수코치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직접 외국인선수를 뽑기 위해 도미니카로 향했다. 영순위 목표였던 리즈 재영입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루카스와 한나한의 영입을 결정했다. 프런트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더 나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었다. LG는 최근 2년 동안 외국인선수 영입 경쟁에서 타구단에 밀리고 있다. 브렛 필 피가로 마르테 등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모두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선택은 현장이 하지만, 협상은 프런트 담당자의 몫이다. 2013시즌을 앞두고 프런트가 개편되면서 수 년 동안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했던 직원이 타구단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가 속한 구단은 LG와 외국인선수 영입경쟁에서 승리했다. 
뛰어난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려면 폭넓은 정보망은 물론, 에이전트들과 단단한 연결고리를 형성해야 한다. 국내, 혹은 일본 구단과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 타 구단들은 최근 LG가 외국인선수 영입에 고전하는 이유로 경험부족을 꼽는다.
2년 연속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베테랑들의 나이를 염두에 두면, LG는 하루 빨리 우승을 향한 페달을 밟아야 한다. 지금이 우승적기인 것이다. 하지만 프런트는 FA 몸값 폭등에 부담을 느꼈고, 외부 영입 없이 FA 기간을 넘겼다. 장원준 영입을 염두에 두기는 했으나, 롯데가 88억원까지 제안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지난겨울 코칭스태프 인선도 물음표가 남는다. 2군 감독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가 돌아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외부에선 LG 프런트에 선수출신은 물론, 야구단을 오래 경험한 이가 적은 만큼, 타구단 코칭스태프 영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LG가 1990년대 신바람 야구 열풍을 일으킬 때만 해도, LG 프런트는 LA 다저스·주니치 드래건즈와 협약을 체결하며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당시 프런트 직원 중 지금도 LG에 있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다른 구단에서 중심역할을 수행 중이다.
프런트는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현장에 맡길 수는 없다. 특히 구단 특유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분은 프런트가 앞장서야 한다. LG는 약 1200억원을 투자,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최신·최고 2군 시설을 건립했다. LG 프런트는 앞으로 ‘화수분 야구’를 모토로 삼아 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런데 유망주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상한 연봉고과 산정으로 겨울마다 잡음을 일으키는 일은 잘 한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