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인자한 얼굴의 베테랑 셰프는 눈물을 보였고, 개구쟁이 셰프는 웃음기를 거뒀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다큐스페셜'은 최근 사랑 받고 있는 셰프들의 인기와 그 배경을 살펴보며, 대표적인 스타 셰프인 이연복, 최현석, 샘킴을 집중 조명했다. 평소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생활 속 그들의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연복은 아내 때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연복은 아내 이은실 씨와 경기도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유기견을 안락사 시키지 않고 돌보는 작은 단체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뒤 아내 이 씨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씨는 "10년 동안 같이 지냈던 반려견이 죽었다. 그때 남편이 방송 활동으로 바쁜 시기였다. 남편이 곁에 없어 섭섭했다"고 담담히 속내를 털어놨다. 죄책감과 미안함에 이연복은 눈물을 쏟아냈다. 보는 이의 마음도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허세' 캐릭터로 사랑 받는 최현석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주방에서 그는 엄격한 수장이었다. 능청스러움 대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주방을 통솔하는가 하면, 스테이크 위에 올라간 허브가 마음에 들지 않자 "미친 거 아니냐"며 거친 말들을 뱉어냈다. 주방에는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후배 요리사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셰프님은 주방에서 절대 웃는지 않는다. 방송 속 이미지가 아니다. 매우 철저하다"고 폭로(?)했다.
유명해진 이후 그들이 겪는 고충도 포착했다. 이연복과 최현석은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방송 출연으로 바빠지면서 가족과 멀어진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이제 점점 방송 출연을 줄여 나가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에 출연, 부상을 입은 샘킴은 후종인대 비후증을 진단 받았다. 빠듯한 일정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샘킴은 "한 달이 지나도 호전되는 속도가 늦으니까 걱정됐다. 대중의 주목을 받으니까 늘 즐거운 것처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묘미는 풍성함이었다.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연복과 최현석, 샘킴을 중심으로 현상을 진단하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황교익 칼럼니스트와 박준우 셰프처럼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이연복의 자녀나 최현석의 스승 김형규 셰프 등 가까운 주변 인물들도 있었다. 평양냉면 장인인 김태원 조리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밖에도 '쿡방'과 셰프들의 인기를 얼마나 지속될지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다만 이날의 치명적인 오점은 방송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게스트로 이연복, 최현석이 출연했다. 불과 1시간 전에는 최현석이 고정으로 출연 중인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송됐다. 두 사람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겹치기 출연을 지적했다. '힐링캠프'와 '다큐스페셜'은 예능과 다큐라는 차이가 있지만, 출연자가 같은 만큼 중복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이를 셰프들의 잘못으로 돌릴 순 없다. 프로그램 편성과 송출은 방송사 권한이다. 이날의 겹치기 출연은 결국 제작진의 지나친 욕심의 결과였다. 지난달에는 이연복이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자기야'와 JTBC '썰전'에 같은 날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최현석은 방송 말미에 "요리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반복된 겹치기 출연으로 셰프들의 진심이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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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