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좌완 투수 정대현(24)이 지난해와 몰라보게 다른 피칭으로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몇 경기 인생투를 넘어 좌완 에이스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정대현은 16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득점 지원을 넉넉히 받지 못하며 4연속 선발승에 실패했지만 팀이 막판 뒷심으로 승리하는 데 발판을 놓았다. 정대현은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이상의 기록이었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후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한 번의 역투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 곧바로 3일 수원 SK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기세를 이었다. 그 후 9일 사직 롯데전서 5이닝 2실점(1자책점), 16일 수원 NC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뽐냈다. 평균자책점도 2.98로 낮아졌다.

정대현의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다. 최저 구속은 130km. 원래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에 최저 79km에서 119km까지 이르는 커브를 던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니 NC 타자들은 정대현의 공을 쉽게 공략할 수 없었다. 최근의 기세를 보면 팀 내 최고 에이스라 칭해도 될 정도다.
정대현의 피칭은 두산 베어스 좌완 에이스 유희관을 빼닮았다. 유희관은 140km에 못 미치는 패스트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앞세워 타자들을 공략한다. 올 시즌 9승 2패 평균자책점 3.12로 양현종(KIA)과 더불어 최고의 좌완 에이스다. 비슷한 스타일의 정대현은 이에 대해 “요즘에 그런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이어 유희관과 다른 점을 묻자 “제가 좀 더 빠르지 않을까요? 그래도 전 140km 까지 나오는데.....”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정대현은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선 “폼 변화는 없다. 변화구 제구력이 좋아지고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다 보니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급조절을 하다 보니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캠프 때 연마한 커브가 있다. 정대현은 “캠프 때부터 커브를 ‘빠르게 던졌다, 느리게 던졌다’를 연습했다.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높이를 조절하니 더 효과적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어느덧 규정 이닝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까지 kt는 65경기를 소화했다. 지금까지 정대현이 63⅓이닝을 소화했으니 규정 이닝까지는 단 1⅔이닝이 부족한 셈이다. 이후 등판을 고려하면 1~2경기에 더 등판하면 규정 이닝을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평균자책점인 2.98을 유지한다면 단숨에 리그 3위 안에도 들 수 있는 수치다. 그만큼 정대현의 실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는 곧 달성할 규정이닝과 평균자책점 목표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평균자책점 같은 게 목표라기 보단 처음 겪는 일이라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물론 첫 풀타임 선발을 맡고 있는 정대현이기에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아프지 않고 로테이션을 채우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정대현은 규정 이닝 진입과 함께 조용히 좌완 에이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성장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