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가 첫 발을 내디뎠다. OCN '나쁜 녀석들' 김정민 감독의 차기작, 배우 김범의 상남자 변신 등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2회 연속 방송이라는 편성 전략까지 더해 안방극장을 공략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 '무간도' 류의 영화에서 차용했던 잠입 취재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드라마로 끌여들인 점을 비롯, 클럽과 터널에서의 격투신, 목욕탕 고문신 등 스크린에서 볼법한 액션과 묵직한 감성이 여느 드라마들과는 확연한 차별화를 그었기 때문이다. 1, 2회 평균 시청률 2.12%(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라는 좋은 성적표도 받아냈다.
일부 작위적인 설정과 잠입 취재·수사, 범죄 등의 과정에서 다소 치밀함이 부족한 면도 없지 않지만, 묵직함이 질감으로 느껴지는 특유의 화면과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앞세운 대다수 유사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작품을 접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오히려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있다면 해군 특수전 여단 출신 차건우를 연기하는 배우 김범의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 차건우는 분명 우리가 알던 이전의 김범의 모습과는 확 달랐다. 캐릭터를 위해 무려 14kg이나 감량했고, 액션 장면 곳곳에서 노력을 쏟아부은 흔적이 여실하게 묻어났다.
문제는 그의 태생적인 '잘생쁨'(잘생기고 예쁨)이다. 극중 거칠디 거친 인간 병기같은 모습을 소화해야 하는 그의 외모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잘 생기다보니 상황에의 몰입이 좀처럼 쉽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변화를 위해 기른 듯한 김범의 수염 역시도, 아직은 그저 귀엽게 보던 막내 동생이 면도를 안 한 듯한 인상을 풍길 정도.
이는 극의 대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다. 최태평(이원종 분)은 수사 5과에 합류해 정선생(김민준 분)에게 접근하는 첫 실전 투입을 앞둔 건우를 마주하고는 "순 사기 캐릭터"라고 언급하며 "곱상하게 생겨서 특수 전담 출신이고, 술도 마실 줄 알고…"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대사다.
사실 모든 영화나 드라마 작품 속 주연 배우들이 (극중 의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본부장이든, 심지어 아르바이트생까지) 비현실적으로 잘 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맡아 연기하는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다만, 하드보일드 액션물의 장르 특성상, 이 지나친 '잘생쁨'은 배우 김범이 '신분을 숨겨라'를 끝내는 순간까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 분명했다.
특히 '신분을 숨겨라'를 '제2의 나쁜 녀석들'로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당시 '나쁜 녀석들' 속 오구탁(김상중 분), 박웅철(마동석), 이정문(박해진), 정태수(조동혁)는 배우가 아닌 실제 형사, 건달, 사이코패스, 살인청부업자로 보였던 것에 후한 점수를 줬던 터다.
물론 앞서 영화 '아저씨'에 출연했던 배우 원빈 역시도조각같은 외모로 거부감 없는 상남자 차태식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바 있다. 때문에 김범 역시도 이전 대중들의 인식에 박혀있던 곱상한 왕자님 이미지를 훌훌 탈피해 완벽한 '용산의 광견' 차건우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배우 김범이 '신분을 숨겨라'로 태생적인 '잘생쁨'을 꼭꼭 숨기고, 삭막하고 거친 모습이 뚝뚝 떨어지는 거친 상남자 수사 5과 차건우로 완벽하게 거듭날 지는 앞으로 그가 풀어 나가야할 과제다. 또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배우 김범의 성장이 더욱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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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신분을 숨겨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