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고두심이었다. 그는 파릇파릇한 청춘 배우 4인방 속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감과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중년배우의 힘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는 아들 장경준(이상우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에 휩싸인 ‘민혜수’ 역으로 완벽 몰입, 절망부터 분노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몰입을 보여주며 극을 ‘하드 캐리’했다.
고두심이 연기하는 ‘민혜수’ 캐릭터는 말 그대로 ‘아들 바보’로 딸 윤하와 예원(윤지혜 분)은 뒷전으로 한 채 오직 장경준에만 사랑을 퍼붓는 엄마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혜수는 바쁜 남편 원식(윤주상 분)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으면서도 집 안에서는 제왕적 존재로 군림하는 모습에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는 인물이기 때문. 어딘가 불완전하고 위태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아들 장경준 마저 잃고 말았다. 그는 경준이 요트 좌초 사고로 사망 추정된다는 뉴스를 보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했다. 이 때 고두심은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동공과 충격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연출하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또한 애꿎은 윤하에게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네가 네 오빠 죽였지. 너 데리고 떠난다고 할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라고 분노를 쏟아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윤하를 향해 달려들며 오열하는 고두심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극에 몰입하며 감정에 이입될 수 있을 만큼 지독한 모성애를 보여줬다.
이러한 고두심의 지독한 모성애는 남편 원식을 보고 더욱 폭발했다. 아들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채 식사를 하는 그의 모습에 질린 것. 민혜수는 이를 보고 “네가 인간이 아니구나. 어떻게 자식이 죽었는데 밥이 넘어 가냐”며 숟가락을 던진 후 식탁 위의 음식들을 엎어버렸다. 이어 “나도 인간 아니지만 니들도 인간 아니다. 자식이 나가 생사가 묘연한데 어떻게 미치지 않고 배겨. 내 자식이기만 한 게 아니라 당신 자식이기도 하다. 이 냉혈한”이라고 소리치는 순간 고두심의 발갛게 달아오른 눈동자와 팽팽하게 선 목의 핏줄은 연기를 하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이처럼 고두심은 ‘상류사회’ 속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리얼한 연기와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거운 존재감으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는 원식과 그의 불륜 상대 서라(방은희 분)의 머리채를 붙잡고 참고 있던 분노를 드러내며 속시원해하는 민혜수의 모습이 공개되며 고두심이 또 어떤 신들린 연기를 뽐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상류사회’는 황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춘 멜로 드라마다.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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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