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요리·복면·인터넷방송, 예능 히트 키워드 '3'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17 13: 41

어느 덧 6월의 중반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예능계는 상상도 못했던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요리' '복면' '인터넷방송',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푸근한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담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집밥 백선생', 편견을 버리고 목소리를 듣게 해준 MBC '복면가왕', 스타들의 기획력과 이른바 '똘기'를 느끼게 해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까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며 자타공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우리는 '먹방'에 열광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즐겼다. 다이어트를 하면 식욕이 억제되는데 군침 도는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스타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보는 것을 넘어 만드는 것으로 진화했다. 요리에 '요'자도 몰랐던 젊은 여성들도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보면서 눈으로 보는 재미와 만들어보고 싶은 심리까지 자극한다. 대표적인 쿡방은 '냉장고를 부탁해'다. 이 프로그램에서 첫 호흡을 맞춘 MC 김성주와 정형돈의 조합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말 잘하는 김성주와 정형돈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여기에 훈훈한 셰프들이 가세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집 냉장고에서 상하기 직전(?)까지 간 재료로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로 탄생시키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많은 셰프들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쿡방의 중심에 서 있다. 백종원은 이미 방송을 아는 남자다. 앞서 예능 '한식대첩'과 간간이 출연했던 '무한도전' 등을 통해 쌓은 내공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터졌다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레시피와 굳이 적어 놓지 않아도 외우기 쉬운 설명, 구수한 입담으로 시선을 끌어당겼다. 배달 음식을 좋아했던 사람들을 부엌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백종원표 쿡방의 클래스는 달랐다.
전작 '애니멀즈'의 참패로 MBC '일밤'에 더 이상 희망적인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진짜 사나이'가 프로그램에 힘을 싣어 주는 정도라고 할까. 그러나 절망 끝에 피어난 꽃의 향기는 짙었다.
음악쇼 '복면가왕'이 상반기 예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가볍게 시작했으나, 단박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정규 편성의 기회를 얻었다. 분명히 안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 중이다. '복면가왕'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단 한 번의 무대를 마친 스타들에게도 관심이 모이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그들이 '복면가왕'을 통해 연예 인생 2막을 올렸다는 말도 과장돼 보이지는 않는다.
'복면가왕'은 대중의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없었던 스타들이 복면을 쓰고 노래한다. 오로지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노래에 사활을 건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귀는 호강중. 스타들의 가창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제작진의 코믹한 감성과 화려한 쇼 연출력이 어우러져 오늘의 '복면가왕'을 만들어냈다.
MBC는 올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BJ들이 1인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스타가 직접 기획하고 방송 시간을 이끄는 '마리텔'을 선보였다. '마리텔'에서는 방송인부터 운동선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연출자가 돼 1인 방송 대결을 펼친다.
인기 스타도 이곳에 들어오면 시청률 굴욕을 당할 수 있기에 바짝 정신 차려야한다. 백종원은 직업적 특기를 살려 요리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4승을 달성하며 월등히 높은 점유률로 주목받고 있다. '쿡방'이 이곳에서도 터진 셈이다.
'마리텔'의 인기 요인은 기존의 방송처럼 짜여진 대본이 없다는 것.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긴 하나 5명의 스타들은 서로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뱉어내고, 4차원적인 행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솔직함과 색다른 매력이 엿보인다. 스트렝스 코치 예정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어김 없이 등장하는 담당PD. 예정화나 신수지의 방송에 등장해 고난이도 운동 동작을 따라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난을 받는 것 같아 웃음을 안긴다. 백종원은 '마리텔'에서 요리를 선보이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중이다.
이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기를 얻어도 보통 길어야 6개월이다. 빠르게 변하는 예능 업계에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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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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