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맛은 언제나 짜릿하다. 올해 초 걸그룹 EXID가 ‘위아래’로 시원한 역전 홈런을 때려 짜릿함을 맛봤고, 최근에는 가수 백아연이 신곡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로 음원차트를 무섭게 거슬러 오르면서 새로운 역전드라마를 쓰고 있다. 신곡 발표 당시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재조명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는데 두 팀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 명확하다. 차트를 역주행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준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 EXID와 백아연은 각자 다른 타입의 엔진을 장착하고 음원차트를 거꾸로 타고 올랐다.
차트아웃 된 EXID의 ‘위아래’를 음원차트 1위까지 끌어올리고, 음악방송에 강제 컴백시켜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게 만든 힘은 ‘직캠’(팬이 직접 찍은 영상)에서 비롯됐다. 물론 음악 자체가 좋고, 멤버들의 역량이 뛰어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시작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멤버 하니의 ‘직캠’부터였다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역주행 중인 백아연의 엔진은 조금 다른 유형이다. 사실 EXID의 ‘직캠’처럼 뭔가 명확한 역주행의 계기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음악 자체가 가진 순수한 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백아연의 역주행에 대해 "‘직구’로 승부를 본 유형"이라고 평하고 있다.
발매 첫 주 음원성적은 흥행의 척도다. 초반부터 순위권을 가져가지 못하면 그대로 차트 아웃되기 십상인 것이 현실. 지난달 20일 발매된 백아연의 신곡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는 첫 주 30위권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둘째 주에 20위권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 6일에는 11위까지 올라섰다. 다음날엔 무서운 속도로 정상권에 진입, 거대 팬덤과 대중성을 자랑하는 빅뱅, 엑소 등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현재(17일 오전 11시 기준)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과 지니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의 말처럼 백아연의 1위는 더욱 특별하다. 직접 쓴 자작곡이라는 것과 별도의 프로모션과 방송출연 없이 음악이 가진 힘만으로 무서운 경쟁 상대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섰다는 점이 그렇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백아연이 거둔 성과를 통해 달라진 시스템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근 JYP는 새 노래의 선곡 방식을 정량·수치화 시킨 형태로 바꾼 뒤 올해 컴백하는 팀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 박진영을 포함해 작곡, A&R, 마케팅, 퍼포먼스팀 등 주요 임직원 15여명이 모여 평가를 하고 총점 80점이 넘는 팀만 앨범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다. 백아연 또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컴백,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체계의 성능을 입증한 셈이다.
백아연은 좋은 음원성적에 힘입어 각종 음악방송을 통해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갈 예정이다. 그의 특별한 ‘직구’가 음악방송 순위에까지 닿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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