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절친악당', 지질한 월급쟁이 인생에 안녕을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7 13: 23

거액의 돈을 손에 쥐고,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연출 임상수, 제작 휠므빠말)은 이와 같은 만화적인 상황을 신선한 캐릭터들로 솜씨 좋게 버무려 냈다. 이 영화 속 청춘들은 그들의 분노를 과감없이 표출하는데, 이것이 쾌감과 설렘을 선사한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이 17일 오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이야기는 "시급 5,000원도 안되는" 삶을 살아가던 나미(고준희)가 우연히 돈가방을 손에 넣으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동료 야쿠부(샘 오취리)와 그의 아내 정숙(류현경)이 합류하고, 그들을 지켜보던 예비 '월급쟁이' 지누(류승범)까지 한 배를 타면서 그들과 동화된다. 하지만 돈의 주인이 그들을 쫓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나미와 지누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야기의 얼개는 평범한 액션영화와 닮아 있지만, 임상수 감독은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악당들은 어딘가 어설프고,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유쾌한 흐름이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블랙코미디 요소가 결합돼, 어느 순간 이것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주요인물들을 비롯해, '코스모폴리탄' 음부키(양익준), 우아하지만 천박한 회장(김주혁) 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인상적인 인물의 화합은 볼거리다. 

특징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것. 임상수 감독은 지누가 속한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돈가방에는 도대체 얼마가 들어있는지, 나미와 지누, 야쿠부, 정숙은 어떻게 짧은 시간 내 연대를 이루는지 세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은 담겨있지만, 전작들처럼 노골적이나 진지하지 않다. 궁상 맞은 이야기는 질색인 나미처럼 '쿨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한다.
재미난 것은 뒤바뀐 성 역할이다. 남자가 인질이 되고, 여자가 이를 구한다. 류승범이 연기하는 지누는 '진짜 남자'다. 남성성을 강조한 마초가 아닌 사랑하는 이에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다. "미친X에서 나쁜X이 된" 나미를 "멋진 언니"라고 옹호한다. 나미는 또 어떠한가. 폐주유소에 살면서 맨발로 렉카차는 운전한다. 자유분방 그자체다. 심지어 이성과의 잠자리도 주도하는 '신여성'이다.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위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본격적인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액션이나 코믹적인 면에서 잃어버렸던 로망을 실현했다"며 "기성세대에게 복종하는 젊은이들이 반항의 기백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연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상수 감독은 중년 대표로서 극 초반에 카메오로 등장,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2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jay@osen.co.kr
휠므빠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