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봉] ‘극비수사-경성학교-심야식당’, 공룡 이길까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8 06: 50

[OSEN=영화팀] 공룡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중동기호흡증후군(MERS)으로 얼어붙은 줄 알았던 극장가는 돌아온 '쥬라기 월드' 덕분에 뜨거워 졌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용감한 한국영화와 일본영화가 있다. 수사물, 음식, 미스터리 등 전혀 다른 장르로 관객들을 유혹할 예정이다.
#'극비수사', '올드'한 게 매력
줄거리: 1978년 부산에서 한 초등학생이 납치된다. 아이 부모의 요청으로 담당이 된 공길용 형사(김윤석)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극비 수사를 진행한다 가족들은 유명한 점술집을 돌아다니며 아이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만 아이가 죽었다는 절망적인 답만 듣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찾아간 김중산 도사(유해진) 로부터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특히 아이가 납치된 지 15일째에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는 예측을 하면서 형사들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모두 납치된 아이가 아닌 범인을 찾으려고 할 때, 공 형사와 김 도사는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극비수사라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 김윤석이란 배우의 무게감, 실화 유괴사건이란 소재에서 손쉽게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깬다. 화려한 기교나 강렬한 자극은 없다.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되 공 형사와 김 도사의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담백한 이야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이끈다.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되는 닭백숙 같은 영화"라는 김윤석의 비유 그대로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유해진이 연기한 김 도사다. 도사는 주로 코믹한 인물로 활용된 직업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공 형사와 묘한 갈등 구도를 그리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흔히 생각하는 무속인의 정형성을 배제한 진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전작들을 통해 1970~80년대 부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곽경택 감독의 인장이 확실하다.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극으로서 쏠쏠한 재미가 있다.
김윤지 기자 jay@osen.co.kr
# '경성학교',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의 '신선'
줄거리: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주란(박보영 분)은 계모 손에 이끌려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낯설고 고립된 학교에서 주눅이 든 주란은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주란을 외면한다. 그런 주란에게 다가와 주는 이는 오직 급장 연덕(박소담 분)과 교장(엄지원 분) 뿐. 연덕과 금세 가까워진 주란은 우수학생만 갈 수 있는 도쿄 유학까지 꿈꾸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이 하나 둘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동일한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다.
공룡에 맞서는 '경성학교'는 신선함으로 중무장, 거대한 공룡과 맞서 싸울 채비를 마쳤다. 크게는 미스테리 장르에 속하는 '경성학교'이지만 사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다양한 장르들이 서로 얽혀있다. 미스테리는 물론, 액션의 맛이 살짝, 그리고 SF 요소 냄새도 살짝 난다. 이와 같은 복합 장르는 그간 한국영화에선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을 안기고 있다.
반전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어느정도는 짐작 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보는 이들은 영화의 끝맺음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주란에게 일어나는 일은 충격을 안길 만큼 놀랍고, 보통의 한국영화들이 따라왔던 공식과도 전혀 다르다.
때문에 이와 같은 다름이 어떤 이들에겐 신선함으로, 어떤 이들에겐 낯설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경성학교'의 유일한 흠이다. 말그대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어찌 됐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신선함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김경주 기자 trio88@osen.co.kr
# '심야식당', 소박한 가정식이 건네는 위로 
줄거리: 일본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에 자리한 조그만 밥집이 있다. 모두가 귀가할 무렵 문을 여는 심야식당이다.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로, 주인장이 가능한 요리는 모두 해준다. 과묵한 주인과 다양한 손님들이 맛으로 엮이는데, 나폴리탄, 마밥, 카레 등 3가지 음식을 중심으로 단골손님들의 사연이 전개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에 실패하는 다마코와 순수한 청년 하지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미치루,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겐조와 아케미 등이 바로 그들이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09년에는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제작했다. '고독한 미식가'와 함께 국내 팬들에게는 대표적인 일본 음식 드라마로 손꼽힌다. 극장판 '심야식당' 역시 큰 사건사고 없이 소소한 일상과 소박한 일본 가정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블록버스터가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단조로울 수 있지만, 담백함이 '심야식당'의 미덕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음식이다. 대표적인 메뉴인 계란말이, 문어 모양 소시지는 물론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조리 과정 그대로가 화면에 담기는데, 프라이팬이 익어가는 소리와 점점 맛있게 익어가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침샘이 자극된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요리이지만, 그 안에는 그리움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일본 유명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참여, 실제로도 맛있다는 것이 코바야시 카오루(마스터 역)의 이야기다.
물론 진짜 주인공들은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외지에서 생활하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묘한 위로를 건넨다.
김윤지 기자 j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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